불황탈출 노리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차별화 마케팅 전략'

소비자 접점 확대로 불황탈출 노린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패션은 트렌드에 매우 민감하다. 유행을 따르지 못하는 패션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마련이다. 그런 까닭에 패션업계는 디자인부터 홍보, 마케팅까지 소비자 접점을 찾는 모든 부분에서 트렌드를 쫓는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마케팅은 주목해 볼 만 하다. 트렌드를 반영한 기발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활약상을 들여다본다.


10꼬르소꼬모 서울 방문객들을 위한 휴식공간인 ‘옥상정원’.

패션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던 1980년대에는 이른바 ‘어깨뽕’으로 상징되는 ‘빅 룩’이 유행했다. 경기 불황이 지속될수록 여성들의 미니스커트가 짧아진다는 속설은 이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만큼 패션은 외부 상황에 민감한 분야 중 하나로 손꼽힌다.


패션업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특히 패션업계의 무한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차별화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노리는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차별화 전략을 시도하는 쪽이 대형 패션기업이라는 점이다. 단순하게 보면 막대한 자본력과 인력이 있기 때문에 이런 전략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은하 계명대학교 패션마케팅학과 교수는 말한다. “실제론 대형 패션업체보다 온라인 기반 중소패션몰이 오히려 더 빨리 트렌드를 쫓고 있습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대다수 중소 온라인 패션몰은 CEO가 직접 매일매일 현장을 돌며 트렌드를 분석해 그에 맞는 옷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형 업체는 조금 사정이 달라요. 시즌 준비 과정에서 옷을 디자인하고 나면 대량으로 찍어내 재고를 밀어내야 하니까요. 트렌드를 오판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트렌드를 쫓지 못하는 쪽이 대형 패션업체가 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런 까닭에 대형 업체들은 ‘생존 수단’으로 차별화 전략을 내놓습니다. 마케팅도 그 중 하나죠. 온라인몰의 마케팅 능력은 여전히 대기업을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니까요.” 이 처럼 대형 패션업체들은 최근 차별화 마케팅 전략으로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패션업계 불황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 중 가장 주목해 볼만한 곳이 바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오랜 숙적이었던 이랜드를 제치고 국내 패션시장 1위에 올라섰다(매출액 기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1조8,4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 증가했다. 강도 높은 브랜드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인 것과, 여성복 브랜드 ‘구호’가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며 선전한 것이 매출 증가에 주효하게 작용했다. 그리고 거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할 수 있다. 바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다. 삼성물산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체 브랜드와 의상을 홍보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패션’이라는 카테고리 전반을 소비자와 공유하는 장을 만들어왔다.



10꼬르소꼬모 서울만의 트렌디한 디자인 제품도 방문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 편집숍 ‘10꼬르소꼬모 서울’이다. 10꼬르소꼬모 밀라노와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손잡고 지난 2008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오픈한 ‘10꼬르소꼬모 서울’은 오픈 직후부터 국내외 패션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10꼬르소꼬모’는 세계적인 패션 저널리스트인 까를라 소짜니(Carla Sozzani)가 1990년 이탈리아 밀라노에 설립한 공간. 패션에서부터 예술, 음악, 디자인, 음식까지 다양한 문화 요소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일종의 ‘콘셉트 스토어’ 개념의 시초라 할 수 있다. 파리, 뉴욕, 도쿄 등 패션 중심지의 러브콜이 이어졌음에도, 서울에 2호점이 마련돼 업계의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슬로우 쇼핑’이라는 콘셉트를 표방하는 10꼬르소꼬모 서울에서도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브랜드나 컬쳐 트렌드를 발 빠르게 소개하는 것 외에도, 역량 있는 국내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홍보하고 한류스타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지속하는 등 ‘10꼬르소꼬모 서울’만의 독특한 기획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특히 방문객들이 각종 패션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식음료를 즐길 수 있는 ‘10꼬르소꼬모 카페’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10꼬르소꼬모 서울은 단순한 옷 가게에서 벗어나, 옷을 입고, 음식을 먹으며, 음악을 듣고, 각종 전시 작품을 즐기는 ‘오감 만족’의 놀이터로 자리를 잡고 있다.
최근에는 10꼬르소꼬모 서울 오픈 9주년을 맞아 197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펑크문화’와 그 중심에 있었던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 ‘핑크 브리튼’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대표 펑크룩 브랜드 ‘나인티나인퍼센트이즈(99%IS)’의 박종우 디자이너가 직접 펑크문화 관련 애장품을 선보인 ‘전시회 속 작은 전시회’도 방문객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10꼬르소꼬모 서울의 여성의류 매장.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다양한 전시 작품과 즐길거리는 이곳을 단순한 매장이 아닌 ‘문화 선도’ 브랜드 가치를 정립한 공간으로 만들어줬다”며 “10꼬르소꼬모 2호점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서울에 마련됐다는 사실도 한국 패션의 경쟁력을 해외에서 인정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10꼬르소꼬모서울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주요 해외언론들은 ‘한국에서 꼭 알아야 할 패션브랜드’로 이 곳을 소개하고 있다. ‘강남스타일’의 월드스타 가수 싸이가 지난 2013년 후속앨범 타이틀곡 ‘젠틀맨’의 뮤직비디오를 10꼬르소꼬모 서울에서 촬영한 곳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뮤직비디오 초반에 싸이가 럭셔리한 분위기 속에서 쇼핑을 즐기는 곳이 바로 10꼬르소꼬모 서울이다. 당시 배경이 됐던 럭셔리하면서도 독특한 인테리어와 특색 있는 의상 비주얼도 뮤직비디오 못지않게 해외 패션전문가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 밖에도 다양한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들과의 접점 강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키덜트족’을 위한 패션 아이템으로 소비층 확대에 시동을 걸기도 했다. 지난 2015년부터 ‘카카오 프렌즈’, ‘마블’과 함께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출시해 키덜트 마케팅을 진행해온 빈폴액세서리는 올해 초 디즈니 대표 캐릭터인 미키마우스를 모티브로 한 ‘미키 콜라보 라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숄더백의 경우 출시 열흘 만에 초도 제작 200개가 완판됐고, 여권지갑, 반지갑, 목걸이 같은 아이템도 3,000개 이상 판매됐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키덜트 제품은 소비자 층 확대 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가 강하다”며 “키덜트족을 넘어 새롭게 등장하는 소비층에도 지속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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