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서 앙숙’ … BBQ-bhc 끝 모를 소송전

BBQ 직원 원재료 절도 소송서
‘bhc 매각가치’ 부풀리기까지
3년간 사사건건 법정 다툼 벌여
지난달에 매출 순위 싸움 끝
공급계약 중단·손배소 제기
치킨업계선 이미지 악영향 우려



한때 같은 회사 계열이었던 BBQ와 bhc가 매각 이후 끝없이 법정 공방을 펼치며 앙숙관계를 키우고 있다. BBQ 직원의 원재료 절도 소송으로 시작해 △매각가치 부풀리기 △매출 2·3위 다툼 등 두 회사 간 공방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치킨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법원은 BBQ가 현 bhc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로하틴그룹에 bhc를 매각하면서 회사 가치를 부풀렸다는 점을 인정하고 BBQ에 98억4,900만원을 배상할 것을 판결했다. 매각가 1,200억원이 과대평가 됐다는 로하틴그룹의 입장을 일부 손들어준 셈이다. 이 소송은 항소·상고가 없는 단심으로 끝났다. 2013년 BBQ는 미국계 사모펀드 로하틴그룹에 bhc를 약 1,20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매각 가치를 두고 3년간 이어져 온 두 회사 간 소송은 여기서도 끝나지 않았다. 제너시스비비큐의 배상이 bhc 매각 당시 사후 정산용으로 예치한 계좌에서 50여 억원이 빠지는 데 그치자 로하틴그룹이 나머지 50여억 원의 배상금을 신속히 집행하라며 BBQ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최근 추가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BBQ와 bhc간 소송 역사는 매각 직후인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BBQ 직원이 bhc 물류센터에서 신제품 원재료를 무단으로 가져가 상품화한 것이 그 발단이 됐다. 로하틴그룹이 국제중재법원에 가맹점 수 부풀리기를 이유로 소송한 시점도 이 즈음이다. bhc가 “영업기밀을 빼앗겼다”고 주장하며 3심까지 진행된 이 논쟁은 결국 영업비밀 침해는 무혐의 처리된 대신 BBQ 직원의 절도죄는 인정돼 벌금형으로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간 소송전은 이제 설상가상으로 매출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지난 4월 bhc가 업계 2위로 올라갔다고 주장하자 제너시스비비큐가 매각 당시 bhc와 맺었던 물류용역계약과 상품공급계약을 해지했고, 이에 bhc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또 다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것. 제너시스비비큐는 bhc 매각 당시 보유 물류센터까지 함께 넘기면서 bhc로부터 물류용역과 식재료를 10년간 공급받기로 계약했었다. 그러나 bhc가 매년 100억원가량의 추가 매출을 올리고, 업계 순위까지 뒤집자 이를 차단하고 나선 셈이다. bhc는 지난해 BBQ(2,197억원)보다 129억원 많은 2,326억원의 매출을 거뒀다고 발표했는데, BBQ 측은 현재 “치킨 판매 매출만 보면 우리가 여전히 2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치킨업계는 최근 본사의 높은 영업실적, 가격 인상 이슈 등으로 가뜩이나 업계 인식이 안 좋아진 상황에서 두 회사의 이전투구가 업계 이미지에 더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bhc는 로하틴그룹 인수 후 영업이익률을 기존의 두 배 수준인 22.6%까지 올리며 해외 펀드의 가맹점 쥐어짜기 논란에 휩싸였고, BBQ는 10년 이상 해외사업으로 수백억원대 손실을 본 가운데 최근 가격 인상을 단행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bhc가 BBQ와 함께 있을 때는 서로 지역 중복을 피해 영업했지만, 로하틴그룹으로 인수된 뒤부터는 지역에 아랑곳 않고 매장을 늘리며 BBQ와 경쟁구도를 이루자 사이가 급속도로 나빠진 것 같다”며 “한쪽(bhc)은 매각가치를 올리기 위해 영업이익률만 늘리고 한쪽(BBQ)은 국내 이익을 해외사업으로 잃고 있는 데다 싸움까지 벌이니 치킨업계 이미지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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