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화는 지난 16일 서울경제스타 사옥에서 MBC 수목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화이브라더스
‘자체발광 오피스’는 시한부 삶에 충격 받고 180도 변신하는 ‘슈퍼 을’의 오피스 입문기. 한선화는 극 중 도기택(이동휘 분)의 전 여자친구이자 마케팅팀 대리 하지나 역을 맡았다. 초반에는 능력 없는 기택에게 이별을 고하고 여우짓을 일삼는 등 얄미운 모습을, 후반에는 솔직하고 당찬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타 방송사 경쟁 프로그램과 비교할 때 높은 시청률은 아니었다. 끝까지 두 자릿수를 기록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현실 직장생활과 직장인들의 고충을 그려냈다는 평을 받으며 ‘웰메이드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한선화 역시 능숙한 연기력으로 작품의 완성도에 기여했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드라마를 끝낼 수 있었어요. 기분 좋은 작품이었죠. 3개월간 촬영했는데, 촬영장이 즐거워서 시간이 정말 빨리 갔어요. 그런 부분에서 시원섭섭하네요. 시청률이 잘 나왔다면 더 좋았을 지도 모르겠죠. 하지만 현장 분위기가 워낙 좋았거든요. 시청률보다도 남는 것이 많았습니다.”
한선화는 지난 2013년 KBS2 ‘광고천재 이태백’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SBS ‘신의선물-14일’, MBC ‘장미빛 연인들’, tvN ‘연애 말고 결혼’, 올해 MBC 단막극 ‘빙구’까지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 중에서도 오피스물은 처음이었다. 아무래도 회사라는 한 공간에서 촬영이 이루어지다보니 배우들끼리 사이도 더욱 돈독해졌다.
앞서 말했듯이, ‘자체발광 오피스’의 시청률이 높지는 않았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성과가 있다. 처음 3%대에서 마지막 7%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작품의 완성도에 빠져든 시청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것. 특히 대한민국 취준생과 직장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콘텐츠 영향력 지수(CJ E&M, 닐슨코리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내용 중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밝은 에너지도 있었고요. 그런 부분이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요인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또 하지나 역할에도 공감이 많이 갔어요. 하지나의 감정이 중후반부로 흐를수록 많이 달라졌잖아요.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들이 여자라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지점들이었어요.”
‘자체발광 오피스’는 등장인물들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들을 그렸다. 하지나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도기택을 밀어냈지만 결국에는 그와 다시 만나게 됐다. 한선화는 “그녀의 마음 밑바닥에는 조금이라도 애정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 때문에 사무실에서 만난 이후 계속 신경이 쓰였을 것”이라고 인물을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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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하지나와 도기택의 상황이 되게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법한 확률이 어떤지는 모르겠어요. 우선 저는 겪어보지 못한 일이니까요. ‘헤어진 연인을 같은 사무실에서 만나게 된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최대한 역할을 이해하고 살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극 중 러브라인은 이동휘와 이루게 됐지만 그와 케미를 보여준 배우는 또 있다. 하지나 대리의 동기인 이용재 대리 역을 맡은 오대환이다. 한선화는 자칫하면 단조로울 수도 있었던 하지나의 캐릭터가 이대리와 붙는 장면을 통해 변주를 이루었다고 설명했다. 역할 사이의 합뿐만 아니라 배우 사이의 호흡도 좋았다.
“이대리와의 호흡이 있었기 때문에 하지나라는 인물이 조금 더 매력적이 될 수 있었어요. 하지나만 보자면 도기택과의 멜로, 사무실의 여자대리가 전부였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대리와 붙는 장면이 있어서 톡톡 튀는 매력을 발산할 수 있었어요. 오빠가 워낙 잘 리드해주시고 유쾌하게 해주셔서 호흡도 정말 좋았고요.”
하지나는 30세 미혼 여성 직장인이다. 현실적으로 여성 직장인의 처우가 마냥 좋지만은 않기 때문에, 이를 드라마 속에 녹여내기도 했다. 한선화 역시 여성으로서 공감한 부분이 많았다. 다만 나이 때문인지 계약직으로 나오는 은호원(고아성 분)에 이입을 좀 더 했다. 대사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 닿았다고.
“직장 여성들이 사회에서 힘든 부분이 분명히 있잖아요. 그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지는 했지만 잘 아는 것은 아니었어요. 대본 공부를 하고 대사를 읽으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실제 회사 생활은 더욱 힘들 거예요. 감히 제가 간접경험을 했다고 말할 수도 없어요. 그저 직장 여성분들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했어요.”
한선화에게 하지나는 이름부터 마음에 드는 캐릭터였다. 이름 석 자로 그 인물의 느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멜로 라인도 있고, 사무실에서 그녀만이 겪는 고충도 있고, 동료 직원과의 투닥거림도 있고…. 그에 이입해서 연기하다보니, 자연스레 시선이 확장됐다. 아마도 수없이 많을 ‘하지나’와 ‘은호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지나는 드라마 속이니까 조금 더 당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속에 있는 말, 표현하고 싶은 말, 사실 현실에서는 마음껏 하기 힘들잖아요. 드라마이기 때문에 대사로 내뱉을 수 있던 거죠. 우리 드라마처럼 현실에서도 여성분들이 조금 더 당당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어려운 것도 잘 알고 있죠. 다만 그런 날이 오기를 응원하고 있어요.”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