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한선화의 철든 진심…"아이돌이라고 모든 것을 쉽게 얻지는 않아요"

“어느 자리든 ‘어울리는 사람’ 되고파”

“엄마도 제 인터뷰들을 보면서 많이 성숙해졌다고 하시더라고요. 철이 들었다고.”



배우 한선화는 지난 16일 서울경제스타 사옥에서 MBC 수목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KBS2 ‘광고천재 이태백’(2013), SBS ‘신의선물-14일’(2014), MBC ‘장미빛 연인들’(2014), tvN ‘연애 말고 결혼’(2014-2015)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였다. 지난 2년간의 공백이 그를 철들게 한 것일까.

/사진=화이브라더스
“그냥 힘들었어요, 2년이라는 공백기동안. 어떤 마음을 먹기보다는 그저 버텼어요. 어쩌면 그래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무슨 감정이라고 설명하기도 어렵네요. 그래서 힘들어하시는 분들에게 말 한마디 하기도 조심스러워요. 비슷한 시기를 겪는다고 하더라도, 속을 들여다보면 힘듦의 정도와 종류는 다 달라요. 개인사정도 다르고 느끼는 것도 다르니까요.”

하고 싶은 일이 있음에도 하지 못하는, 비슷한 시기를 겪는 이들에게 해줄 말이 있을까 물었다. 한선화는 신중하게 고개를 저었다. 본인이 어떤 조언을 해줄 입장은 아니라는 것. “정말 사람이 힘들면 주위에서 아무리 응원을 해줘도 받아들여지지가 않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응원을 하기도 조심스럽다”고, 다만 자신이 그랬듯이 무척이나 힘들 것이라고 공감했다.

감정을 표현하고 생각을 드러내는데서 신중함이 거듭 드러났다. 이는 자신이 겪었던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통찰에서도 알 수 있었다. 한선화는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에게 주어지는 어떠한 기회를 인지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서 소중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한편으로는 부채의식도 가질 줄 아는 배우였다.

“저도 아이돌을 해봤던 사람으로서, 아이돌이라고 모든 것을 쉽게 얻지는 않아요. 다만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얻는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 분야에서 열심히 한 것은 맞지만, 그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온 기회니까요. 연기를 위해 준비하고 노력하는 분들이 또 있잖아요. 저는 아이돌로서 연습생 시절은 보냈지만 했지만 사실 배우로서 연습의 기간은 생략된 거죠.”


한선화는 처음 연기에 도전하던 그 때부터 ‘부끄럽지 않을 만큼만 하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도 하게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부담감은 있지만, 일부러 의식하지는 않으려 했다. 부담감에 눌려 하고자 하는 것을 못 펼치는 일이 없게 그저 주어진 것에 열심히 임하기로 했다고.

“어떤 작품을 할 때, 그 인물로 보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죠. 제 연기에 대한 평가는 결국 보시는 분들이 하시는 거니까요. 배우로 봐주시면 감사한 거고, 그렇지 않더라도 묵묵히 제 일을 할 뿐이죠. 응원하지 않는다고 하셔도 제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사진=화이브라더스
대중에게 조금 더 나은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한선화는 자신이 맡은 역할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혼자서 파악하기 어려울 때는 주위에 물어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비슷한 사연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캐릭터와 저 사이의 거리를 점차 좁혀갔다. 책이나 영화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지만 가장 크게 반영되는 것은 그동안 본인이 겪어온 경험들이다.

“작품 속 인물과 완벽하게 똑같은 경험은 아니겠죠. 그래도 어떤 경험을 했을 때 느끼는 감정들이 있잖아요. 그런 느낀 점에서 영감을 얻어오는 거죠. 역할의 상황이나 감정이 이해가 가지 않고 공감을 못한다면 연기하기 힘드니까요. 역할을 고를 때도 저와 싱크로율이 맞을지 판단하는 편이에요.”

이 같은 노력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한선화를 만들었다.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한선화는 하지나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자칫하면 얄밉기만 할 수 있던 하지나를 공감할 수 있는 인물로 그려냈다. 아이돌 출신임에도, 그 사실을 간혹 잊을 정도로 안정적인 연기를 해나갔다. 어느덧 벌써 6번째 작품. 대중들의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까.

“아예 못 느낀 것은 아니에요. 호평을 받았다는 것은 알죠. 그러나 거기에 빠져들지 않으려고 해요. 제 성격을 제가 잘 알아요. 나태해지면 한없이 나태해지는 성격이에요. 아직 연기를 알아가는 중이지만, 부지런해야 된다고 느꼈어요. 소홀해지면 안 되고, 나태해지면 안돼요. 확실히 차이가 느껴져요. 그런 것을 느끼니까 되게 무섭더라고요.”

더 부지런히 대본을 보고 열심히 연습도 했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그를 채찍질했다. 아직은 ‘연기를 잘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뚜렷한 기준이 서지 않는다. 다만 여러 작품을 하다보면 점차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기까지 작은 역할일지라도 많은 경험을 하고 싶은 마음 뿐. 끝으로 한선화는 대중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길 바라는 지 조심스레 털어놨다.

“그냥 작품을 할 때 그 인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배역에 잘 어울리는 사람처럼 보이면 다행이겠다는 생각을 해요. 연기가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난 후에 예능이든 무대든 어느 자리에서든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면 좋은 거 아닐까요. 계속 관심 가지고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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