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률 10% 미만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원점 검토’ 등 새 정부의 강력한 미세먼지 대책에 우려했던 산업계의 직간접적인 피해가 현실화될 조짐이다. 많게는 관련 업계에 수조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결국 업체의 손실을 세금으로 보전하는 수밖에 없어 국민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가 지난 2015년부터 추진했던 1조원대 포항제철소 청정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이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내 발전기 13기 중 노후화된 시설 4기(총 100㎿)를 폐쇄하고 500㎿급 석탄화력발전 설비로 대체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새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과 미세먼지 저감 정책의 벽에 부딪혀 최근 들어 내부적으로 포기하는 쪽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착공하지 않아 실제 손실은 적은 편이지만 화력발전 대체사업이 무산된다면 한전에서 전력을 사는 수밖에 없어 비용 증가에 따른 포스코의 간접적 손실은 불가피하다. 포스코는 한전에서 전력을 매입하는 비용이 2014년 6,000억원에서 오는 2022년에는 1조2,000억원으로 두 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기존 노후 설비에 집진 장치를 보완하는 형태로 가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에너지 효율과 비용 측면에서도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석탄발전사업을 추진하는 민간발전기업들의 위기감은 더욱 크다. 새 정부가 재검토 대상으로 꼽고 있는 ‘공정률 10% 미만인 석탄화력발전소’는 모두 9곳으로 총 사업비만 16조6,000억원에 달한다. 신서천 1호기와 고성 하이1·2호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착공하지 않은 사업이지만 인허가와 토지보상, 기기 발주 등에 사용한 선투입 자금만 사업자별로 수천억원에 달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 인허가와 토지 보상 등 착공 전 단계까지 적어도 총 사업비의 15~20%는 투입된다”며 “정부가 말한 공정률 10% 기준이 사업준비단계까지 포함한다면 큰 문제가 없지만 착공이 기준이라면 업체 손실은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행 중인 사업이 실제로 중단된다면 기업의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 민간발전사업자가 공사를 담당하는 건설사와 기기를 납품하는 밴더 업체에 발주를 끝낸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1,000㎿급 발전소일 경우 1조원 안팎을 발전기와 터빈·보일러·변압기 등 기기 관련 발주 물량으로 추산한다”며 “아직 착공하지 않은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대부분 기기 제작에 들어간 만큼 이들 업체의 손실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최대 석탄화력발전 주기기 공급업체인 두산중공업은 재검토가 검토되는 발전소 대부분에 주기기를 공급하고 있는데 강릉 안인과 고성 하이 1·2호기가 각각 7,100억원 수준이다. 이미 창원 공장에서 이들 기기의 제작이 진행 중이어서 발전소 건립이 취소되면 수주에 따른 예상 수익 확보가 무산되는 등 타격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정부가 주도한 사업을 정부가 폐지하는 것인 만큼 업체의 손실을 세금으로 보전해줘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정부 방침에 따라 중단되는 사업이라 그동안의 투입 비용은 정부가 보전해줄 수밖에 없는 만큼 국민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며 “무조건 사업 중단이 아니라 단계적이면서 현실 가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호·한재영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