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홍문종(오른쪽)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정진석 의원 옆자리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대선에는 패배했지만 나름 선방했다며 자축했던 자유한국당이 일주일 만에 ‘대선 책임론’에 휩싸여 내홍에 빠졌다. 오는 6월 말 전당대회 개최설이 본격화되자 친박과 비박 간 당권 쟁탈을 위한 신경전도 격해지고 있다. 서로 간의 비난 수위가 막말 수준으로 높아지는 한편 계파 갈등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포문은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열었다. 홍 전 지사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팔아 의원 하다가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었고 박근혜 감옥 간 뒤 슬금슬금 기어 나와 당권이나 차지해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자들”이라며 친박을 맹비난했다. 이어 “더 이상 이런 사람들이 정치권에서 행세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선 패배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미국에 건너간 홍 전 지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을 견제하는 친박계를 정조준한 것이다. 대선 때 못다 한 인적청산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도 내보인 셈이다.
정진석 의원도 격앙된 표현으로 친박계를 겨냥했다. 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보수 참패는 이미 지난 총선 때부터 예고됐다. 당을 혁신하려고 했는데 (친박이) 전국위원회를 무산시키지 않았느냐”며 “이제는 보수 존립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은 육모방망이를 들고 뒤통수를 빠개버려야 한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친박계는 홍 전 지사의 ‘바퀴벌레’ 표현에 발끈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홍문종 의원은 “될 수 있으면 말을 아끼려고 했는데 (홍 전 지사가) 당원들에게 바퀴벌레라고 썼다. 이게 제정신이냐”라며 “낮술을 드셨나”라고 비판했다. “뭐가 그렇게 할 일이 있었다고 탄핵 때 본인은 어디 갔느냐”고도 지적했다.
또 다른 친박계인 유기준 의원도 “홍 후보가 외국에 있으면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는데 페이스북을 통해 당내 상황에 대해 이렇게 하는 것이 썩 좋지 않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정치 지도자는 품격이 있는 언어를 사용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하는데 그 점이 아쉽다”고 꼬집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