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바이오업계가 새 정부 출범에 훈풍이 불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약·바이오·의료기기 등의 분과로 구성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하고 제약·바이오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특히 ‘치매 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내건 만큼 알츠하이머 치매 관련 기술 등을 연구하는 기업들의 기대감이 크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가 올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투자금액은 지난 3월 말 현재 총 4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30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지난해 한미약품이 5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가 일부 계약이 해지되면서 시장이 얼어붙은 게 결정타였다. 여기다 ‘최순실 게이트’로 차병원 등이 의혹의 대상으로 언급되면서 바이오산업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새로운 반전 카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물꼬는 치매 치료제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유영일 퓨처켐 경영지원본부장은 “문 대통령이 치매 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내건 데 주목한다”며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등을 진단하는 방사성의약품과 합성시약·전구체 등을 개발·생산하는 회사로서 시장에서도 회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바이오 기업들도 분위기 반전을 위해 기술 개발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퓨처켐은 미국 현지 기업과 손잡고 조인트벤처를 만들어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를 위해 오는 6~7월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진단 방사성의약품에 대한 판매허가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슈퍼컴퓨터를 기반으로 유전체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신테카바이오는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을 개발하기 위해 관련 기업과 손잡고 연구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바이오산업 활성화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안성환 지노믹트리 대표는 “세계적으로도 바이오 시장이 급속히 커지는 추세”라며 “이전 정부는 바이오산업에 대한 지원이 많이 늦어 타이밍을 놓쳤다”고 평가한 후 “새 정부는 제대로 방향을 설정하고 적절하게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바이오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벤처캐피털(VC)이 초기 단계에서 가능성을 보고 조금씩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점점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과 별도로 기업들이 상승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호 피씨엘 부사장은 “지난해 말 한미약품 사태 등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형 기업들이 앞장서서 전체 업계를 호황으로 이끄는 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