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주요 국가의 징벌적 관세 부과 등 경제외교가 핵심 이슈로 떠올라 대응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통상 라인은 ‘조직 운명’이 어떻게 될지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형국이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은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업과 무역·통상을 아우르는 거버넌스를 구축해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반면 우리는 글로벌 흐름과는 반대로 통상을 다시 산업에서 분리, 독립조직화하거나 외교와 통합하는 방안도 거론돼 대응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경제외교를 둘러싼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인 철강에 ‘불리한 가용정보(AFA)’ ‘특별시장상황(PMS)’ 조항 등을 적용해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고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꼬투리 삼아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도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를 문제 삼아 비관세 장벽 등을 이용해 무역보복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치밀한 전략을 세워 대응하기에도 벅찬 게 현실이다.
통상조직의 거버넌스를 놓고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외교통상부 복원에 반대하는 이들은 현재 상황이 엄중하다는 점을 꼬집는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인수인계에만 또 몇 달이 걸리는 건데 경기 중에 선수를 바꾸자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결국 제조업을 키우는 산업정책인데 통상은 산업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 대부분이 산업정책 라인에서 통상을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외교통상부 시절 협상을 잘했다고 통상을 외교부로 옮기는 것은 말과 마차를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과거 무역대표부(USTR)가 독점하던 통상정책에서 제조업 육성과 무역적자 해소, 일자리 창출 등과 연계할 수 있도록 상무부가 중심이 되는 체제로 전환했다. 중국도 상무부를 중심으로 국내 산업정책을 다루는 공업신식화부 등 관련 부처가 통상을 주도한다. 주요20개국(G20) 국가 중에서 제조업이 강한 일본과 독일 등 16개 국가가 산업통상형 조직을 중심으로 통상정책을 펴고 있다.
외교통상부로 개편이 되면 메가FTA 등 장기적인 통상전략을 짜는 데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협상에서 수세에 몰릴 수 있는 강대국과의 FTA가 일단락되고 개발도상국 등과의 협정 체결이 남은 상황인 만큼 산업정책과 연계할 수 있는 조직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외교·안보와 통상의 통합 문제를 놓고도 의견은 팽팽하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미 FTA 재협상 문제는 방위비 분담금과 연계돼 있고 사드 문제 해결도 안보 측면에서 양보해야 할 게 있는데 지금 통상 거버넌스로는 그게 불가능하다”며 “외교·안보와 통상은 같이 가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전통적으로 외교부 내에서 힘이 가장 센 북미·동북아국 등 지역국의 목소리에 통상정책이 밀릴 수 있다”며 위원회 차원의 상위조직에서 의사결정권을 쥐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해서는 전체적인 협상 프레임을 안보와 경제로 분리해나가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