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우 기자의 군사·무기 이야기]해병대 '장난감 헬멧'? 거짓!

통신·광학장비 부착 쉬운
美서 제작한 패스트 헬멧
정품 구입전 빠른 적응 위해
사비까지 들여 모조품 구매
비난 아닌 격려 받아야



해병대 수색대원들이 대테러 훈련에서 실내에 진입하는 순간. 일반 보급품이 아닌 특수전용 패스트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 그러나 수색대원들의 헬멧이 중국산 작퉁이라는 논란을 빚었다. 해병대는 이에 대해 고가의 정품 구입에 앞서 빨리 적응하고 싶었던 일부 부사관들이 사비로 모조품을 개별 구매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병대는 정품 헬멧을 구입, 내년부터 보급할 예정이다. /사진 해병대 제공


해병 수색대의 헬멧을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 특수수색작전을 담당하는 일부 장병들이 착용한 최신형 헬멧의 중국산 짝퉁 여부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진 속 해병 수색대원이 착용한 헬멧의 외양은 미국의 전투용 헬멧 전문회사인 옵스코어사가 제작한 패스트(FAST) 헬멧. 방탄 기능은 일반 헬멧과 비슷해도 각종 야시경과 통신기기 연결이 쉽고 두부를 보호하는 기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제품이다. 우리나라 각 군 특수부대에서도 이 헬멧을 제식 장비로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해병대가 쓴 헬멧이 정품(正品)이 아니라는 사실. 해병대가 촬영, 배포한 사진 한 장을 보고 국내 밀리터리 마니아들은 ‘매의 눈’으로 이를 찾아냈다. 귀 덮개 위쪽의 나사 모양이 정품과 다르다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은 이를 납품비리로 몰아갔다. 과연 해병대가 서바이벌 게임에서나 쓸 수 있는 중국제 모방품을 샀을까. 맞다. 그러나 납품비리는 아니다. 부사관들이 사비로 구입한 ‘비편제 장구’다.

해병대는 당초 정품 구매를 원했으나 가격이 100만원 이상으로 비쌌다. 예산에도 막혔다. 다행히 내년 예산에는 편성돼 정품을 구매, ‘인가 장비’로 보급할 예정이다. 중국제 모조품을 사용한 것은 정식 보급을 앞두고 최신 장비 사용법을 빨리 숙지하고 싶었기 때문. 부사관들이 사비 4만~9만원씩 주고 개인적으로 사들였다. 해병대 관계자는 “패스트 헬멧은 다양한 광학·통신장비가 있고 일반 헬멧과 시야도 다르기에 적응 및 숙달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제 모조품은 보호기능과 내구도가 약할 뿐 오리지널 제품과 똑같아 장비활용 방법 숙달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 관계자는 “해병 수색대가 대테러작전 부대로 지정돼 있지는 않지만 테러 대응 초동조치 부대로 투입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미 해병 특수수색대 등과의 합동작전에 필수적인 장비”라며 “필요한 수량을 정품으로 구매해 오는 2018년부터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해는 바다까지 건넜다. 일본 동호인 사이트는 ‘한국군이 중국 장난감 헬멧으로 특수부대 코스프레(흉내)를 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한국답게 가짜’ ‘서바이벌 게임용 장난감’이라고도 비웃었다. 진실은 그렇지 않다. 국내와 일본의 일부 동호인들은 정작 귀중한 가치를 못 봤다. 폄하도 온당치 않다. 신형 장비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사비를 투입하는 해병 부사관들의 의욕은 오히려 격려받아 마땅하다.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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