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개혁 노정 테이블 마련" 文에 주문 쏟아낸 양대노총

일자리 확대 등 환영하면서도
민영화·외주화 중단까지 요구
재계 "고용시장 후퇴 우려"

“국가일자리위원회에는 양대 노총 대표와 비정규직 단체 대표가 들어갑니다. 일자리위원회가 구성되면 여러 부문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데 공공 부문과 관련해서는 당사자들과 협의하는 구조가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조상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모 금융기관은 직원을 퇴근도 시키지 않고 성과연봉제 도입 동의서를 강제로 받았습니다. 성과연봉제를 청산하지 않고는 새 정부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성과연봉제나 관치금융을 주도한 이들은 하루빨리 자진사퇴해야 합니다.” (허권 한국노총 금융노조 위원장)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문재인 정부의 공공 부문 개혁, 일자리 확대 정책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시하는 동시에 노정 간 협의 테이블 마련 등 각종 요구사항을 쏟아냈다. 이들 요구 가운데 일부는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 견줘볼 때 한 발짝 더 나간 내용을 담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들 요구사항이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물려 일방적으로 추진될 경우 국내 고용시장은 자칫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한국노총 공공노련·공공연맹·금융노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 등으로 구성된 양대 노총 공공 부문 노조 공동대책위(공대위)는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공공 부문 개혁과 좋은 일자리 확대’ 실현을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경호 한국노총 공공노련 수석부위원장은 “공대위가 5~6년 전 출범한 이후 양대 노총이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해 한목소리로 환영의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공공 부문부터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민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매우 바람직하며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공대위는 문재인 정부에 △노정교섭 실시 △성과연봉제 폐지 △민영화·외주화 중단 △박근혜 정부 낙하산 인사 인적 청산 등 크게 네 가지 요구사항을 내놓았다. 공대위는 “관료조직이 청와대의 명확한 지시가 없다면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조응하지 못한 채 박근혜 정권의 일방적 정책 결정 형태와 적폐 정책을 지속할 것이 우려된다”면서 “새 정부의 공공 부문 정책 중 교섭대상인 고용·근로조건에 대해 노정 간 협의 테이블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또 공공 부문 개혁을 위해서는 “지난 정부가 망친 공공 부문의 적폐를 청산하는 과정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면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즉각 폐지하고 공공 부문 민영화·외주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대위의 요구사항 가운데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 민영화·외주화 중단 등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상당 부분 궤를 같이한다. 다만 일자리위원회와는 별도의 노정교섭 테이블 마련, 인적 청산 요구는 문 대통령의 입장보다 좀 더 강경한 것으로 평가된다.

재계는 양대 노총의 요구사항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정교섭을 통해 ‘사’가 배제되면 ‘노정’ 갈등보다 더한 ‘사정’ 갈등이 야기될 것”이라며 “업무 성과에 맞는 공정한 보수를 지급하자는 취지의 성과연봉제를 폐지하자고 하는데 연공급제(호봉제)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과연봉제가 직무급제 등의 대안 없이 폐기될 경우 한국의 고용시장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두형·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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