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뉴스 공동설립자 로저 에일스, 향년 77세로 별세

화장실 낙상 사고 후유증으로 사망한 듯
폭스뉴스 회장이자 공화당 조력자로 활동
말년에 성희롱 스캔들 이어져 불명예 퇴진

로저 에일스 폭스뉴스 공동설립자/CNBC방송화면 캡쳐


미국의 보수성향 뉴스전문채널 폭스뉴스(FoxNews)의 공동설립자 로저 에일스가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폭스뉴스는 18일(현지시간) 에일스의 부인 엘리자베스 틸슨의 성명 발표를 인용해 부고를 전하고, 최근 화장실에서 넘어져 발생한 사고의 후유증으로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미 일간 USA투데이는 에일스가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 3,600만 달러짜리 고급 저택을 샀으며 숨지기 8일 전 그곳 화장실에서 넘어져 머리에 피를 흘렸다고 911 구급대 기록 등을 인용해 전했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오랜 친구이기도 한 에일스는 지난해 연달아 터진 성희롱 의혹과 고소 사건으로 폭스뉴스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오하이오대학 방송국에서 방송 일을 시작한 에일스는 클리블랜드와 필라델피아 등에서 지역방송인 KYW-TV 프로듀서 등으로 경력을 쌓았고, 1960년대 말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미디어 보좌관으로 발탁돼 정계에 발을 내디뎠다. 이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게는 ‘공화당의 TV뉴스 플랜’ 보고서를 들고가서 두터운 신임을 받았고,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밑에서도 일했다.

이후 그는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의 선거 캠페인 자문역을 맡는 등 공화당 거물급 정치인의 미디어 조력자로서 워싱턴 정가에서 꾸준히 활동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도 TV 토론을 비롯해 주요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조언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에일스는 보수 성향 거대 TV 조직의 설계자로서 정치 후보자들을 할리우드 셀레브리티(유명인사)처럼 주목을 받도록 하는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익 라디오 토크쇼였던 폭스뉴스를 거대 TV 채널로 키운 그는 민주당 쪽에서는 ‘뉴스 조작자’로 비판받았으나 공화당엔 ‘필수적인 균형추’로 인식돼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3년 CNBC 회장을 맡았던 그는 1996년 머독의 제의를 받고 폭스뉴스 설립자로 옮겨왔다. 이어 초대 최고경영자(CEO)를 지냈고 2005년 회장직에 올랐다. 그는 ‘공평함과 균형 잡힌 뉴스’를 모토로 내세워 폭스뉴스를 CNN, MSNBC와 경쟁하는 뉴스채널 ‘빅3’로 키웠다. 이러한 능력은 뛰어난 언론사 경영능력과 맞물려 ‘검은 천재’. ‘선전 기계의 지배자’라는 별칭을 얻게 했다.

그러나 말년에는 각종 성희롱 스캔들에 휩싸여 불명예스럽게 자리에서 내려왔다. 전직 폭스뉴스 앵커 그레천 칼슨한테서 성희롱 혐의로 고소당해 2,000만 달러(226억 원)의 합의금을 내야 했고, 이어 메긴 켈리, 줄리 로긴스키 등 여성 앵커와 전직 직원 등 6명에게서 추가로 고소당하거나 여러 가지 성희롱 혐의를 받았다. 에일스의 회장직 사임은 역시 성희롱 사건에 휘말린 폭스뉴스 간판 앵커 빌 오라일리의 퇴출로도 이어졌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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