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국민가수 장 자크 골드만의 노래 ‘일생 동안’이다. 뮤직 비디오를 보면 프랑스의 청년층과 기성세대가 나뉘어 서로 말싸움을 벌이듯 노래를 주고 받는다. 갈수록 생활 수준이 떨어지는 젊은 층과 한 때 성장을 일궜던 기성 세대간 갈등을 담고 있다. 한국에서도 세대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번 대선도 ‘진보 대 보수’가 아닌 세대간 대결이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한국의 세대 간극도 어느 한쪽의 편협함 때문이 아니라 서로 내밀한 속사정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청년층과 장년층 인터뷰와 최근 인크루트의 300명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어른 세대와 청년 세대가 서로에게 말하고 싶은 얘기들을 34가지로 정리해봤다.
[드로잉]세대갈등, 그들이 말하지 않는 이야기. 청년과 어른의 말못한 속마음 중 8가지 사례를 꼽아 영상으로 제작했다. |
6. “자유가 과연 최선인가?”
만화 ‘미생’에서 한 등장인물이 자기 마음대로 회사 문서의 포맷을 바꾼다. 그는 그 방법이 최선이고 획기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직 내에서 하나의 통일된 포맷을 가지기까지는 많은 고민과 합의점이 존재한다. 모두가 이 포맷을 가지고 가장 효율적으로 일해 왔는데 그것을 바꿀 경우 추가적인 비용과 의사 소통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신선하고 창의적인 포맷이 있더라도 조직 운영 차원에서는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조직 전체 차원에서는 그것이 더 합리적이다. 그 점을 이해하고 있다면 자신의 아이디어가 묵살됐을 때 그렇게 화가 나진 않을 것이다.
7. “생각을 말하는 건 무섭고, 실수는 관대하게 봐 달라니”
대부분의 어른들은 젊은 사람들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한다. 특히 기업 조직에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능력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조직의 리더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자리다. 구성원의 장점과 단점에 맞춰 활용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대화는 최적의 활용 방안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학교는 실수를 통해 배우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기업은 실수를 마냥 용납할 수 없다. 기업 존립의 문제가 달렸다. 학교에서는 실수를 하면 개인이 피해를 보이지만 조직에서는 전체가 피해를 본다. 실수에 관대할 수 없다.
8. “좋은 회사와 좋은 직장은 다르다”
회사가 직원을 뽑은 이유가 있다. 바로 돈을 벌기 위해서다. 젊은 사람들은 기업을 동호회 조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회사는 놀이터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 원래 노동은 즐거운 게 아니라 고통스러운 것이다. 원래 좋아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직업으로 삼을 경우 조직 내에서 일하다 보니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좋은 회사다. 이윤을 많이 창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좋은 직장은 아니다. 초기 퇴사율이 30%가 넘는다. 그만큼 업무 강도도 높고 시스템에 맞춰서 돌아간다. 기업은 원래 경쟁 조직이고 고통이 수반된다. 직장 내에서의 생활이 유쾌해야 한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직장 일은 결코 유희가 될 수 없다.
업무시간 중에는 바빠서 진지하게 얘기할 틈이 별로 없다. 그러면 결국 생각의 단절, 충돌, 갈등이 오기 때문에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깔리게 된다. 화나는 일이 있어 밤새 씩씩거리고 점점 더 사람이 미워질 수 있다. 갈등이 쌓이면 나중에 꼭 큰 사건으로 터지게 된다.
회식은 갈등이 크기 전에 서로 풀 수 있는 기회이다. 서로 이야기하며 동료 간의 갈등도 털어놓을 수 있다. 하다못해 꼰대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서라도 대화가 필요하다. 이런 의미를 알면서도 회식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 요즘 세대는 싸우는 것조차 귀찮아한다. 생각이 같은 사람끼리만 대화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아예 대화 기회를 차단하면서 어떻게 나중에 소통이 안 된다고 불평할 수 있나. 말을 걸려는 사람은 오히려 기성세대다. 젊은 세대들은 다른 생각과 가치관에 의한 공격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10. “불안한 미래는 미안하다. 그래도 스스로 찾아가는 길을 응원한다”
대기업에 들어가도 안정적인 삶이 힘든 사회이다. 이런 환경에서 청년들을 패기가 없다고 매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9급 공무원 경쟁률이 수백 대 일인 현실이 안타깝다. 물론 자신의 삶에 맞는 가치관을 설정하는 건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나는 여러 길을 둘러보는 도전을 조금 더 존중한다. 미래가 불안하더라도 스스로 인생 길을 찾아 나서는 젊은이들은 응원한다. 어쨌거나 젊다는 것은 큰 장점이지 않은가.
/정수현기자 박신영인턴기자 value@sedaily.com [음원 협조=월간 윤종신·미스틱엔터테인먼트]
◇시리즈 더 보기
<1>청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0가지(직업 편)
<2>청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0가지(회사 편)
<3>청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0가지(생활 편)
<4>어른, 그들이 말하지 않는 14가지(소통 편)
<6>어른, 그들이 말하지 않는 14가지(꼰대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