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국민가수 장 자크 골드만의 노래 ‘일생 동안’이다. 뮤직 비디오를 보면 프랑스의 청년층과 기성세대가 나뉘어 서로 말싸움을 벌이듯 노래를 주고 받는다. 갈수록 생활 수준이 떨어지는 젊은 층과 한 때 성장을 일궜던 기성 세대간 갈등을 담고 있다. 한국에서도 세대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번 대선도 ‘진보 대 보수’가 아닌 세대간 대결이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한국의 세대 간극도 어느 한쪽의 편협함 때문이 아니라 서로 내밀한 속사정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청년층과 장년층 인터뷰와 최근 인크루트의 300명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어른 세대와 청년 세대가 서로에게 말하고 싶은 얘기들을 34가지로 정리해봤다.
[드로잉]세대갈등, 그들이 말하지 않는 이야기. 청년과 어른의 말못한 속마음 중 8가지 사례를 꼽아 영상으로 제작했다. |
11. “대화는 설득이 아닌 ‘이해’하려고 하는 거다”
어느 순간 ‘꼰대’라는 느낌이 확 들 때가 있다.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말해 봤자 의미가 없다고 하는 건 잘못됐다고 본다. 대화를 하자는 것이 꼭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자는 뜻은 아니라고 본다. 최소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이해할 수는 있다. 대화를 하다가 충돌할 수 있지만 갈등을 해결할 실마리는 찾을 수 있다.
12. “꼰대라는 말은 지금만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가치관이 고착화하고 남의 말에 귀를 닫게 된다. 젊은 사람들도 20~30년 동안 만들어진 가치관을 바꾸기 쉽지 않은데 50~60년간 다녀진 가치관이 어떻게 쉽게 바뀌겠는가. 사실 세대 갈등은 과거에도 있었다. 90년대의 X세대, 이전의 386세대, 70년대 유신 세대 등 모든 세대가 마찬가지 과정을 거쳤다.
나만 하더라도 90년대 초반 학번인데 불과 몇학번 선배들과 엄청난 거리감을 느꼈다. 그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위만 했던 세대다. 우리 세대는 이념 문제에서 다소 자유로웠고 특정 정치적 성향을 주입하려는데 반발감이 심했다. 하지만 군대에 갔다 왔더니 이번에는 후배들과 세대 차이가 느껴졌다. 컴퓨터가 몰고 온 변화와 어학연수 바람 때문이었다.
13. “우리도 아직 배우면서 크고 싶다”
‘꼰대’라는 말 자체는 불편하다. 일부 청년들은 기성세대를 볼 때 꼰대인가 아닌가의 관점만 가지고 접근한다. 그런 레이더망에 누구 하나 안 걸릴 사람 있겠나. 꼬투리 잡히기 나름인 것이다. 담배 피는 중고등학생에게 말 한마디 건네도 꼰대가 되는 세상이다.
어느 50대 사장님은 중동 사업을 꿈꾸며 아랍어를 1년 넘게 배우고 있다. 누구도 그 사람을 ‘꼰대’라고 규정하지 않는다. 보는 관점을 바꾸면 훌륭한 어른들도 많다. 삶의 태도가 올바른 분, 생각을 열고 받아들이는 자세로 타인을 대하는 분,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분. 그런 어른은 모두가 보고 배우고 싶어 한다. 꼰대라는 낙인은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노력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세대 차이보다는 소통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세대끼리도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어린 세대는 또래 사이에서도 마음 맞는 사람하고만 이야기한다. 사실 ‘꼰대 문화’는 위아래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이기도 하다. 적어도 우리 세대는 대학 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나 요즘 세대들은 친한 사람들끼리만 지낸다. 몇 마디 해보고 본인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굳이 가까이 지내려 하지 않는다. 소통 격차는 같은 세대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건 어른 세대에게만 책임을 지울 수 없는 일이다.
/정수현기자 박신영인턴기자 value@sedaily.com [음원 협조=월간 윤종신·미스틱엔터테인먼트]
◇시리즈 더 보기
<1>청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0가지(직업 편)
<2>청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0가지(회사 편)
<3>청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0가지(생활 편)
<4>어른, 그들이 말하지 않는 14가지(소통 편)
<5>어른, 그들이 말하지 않는 14가지(회사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