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임기가 만료된 후 넉달 가량 헌재소장이 공석으로 있었다”며 “현재 공석중인 헌재소장에 김 헌재소장 대행을 지명한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헌법 기관이면서 사법부의 한 축을 담당하는 헌재소장의 대행 체제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 높아서 우선적으로 지명 절차를 밟게 된 것”이라며 “김 지명자는 헌법수호, 인권수호 의지가 확고하고 그동안 공권력, 사회적 약자 등 소수 의견을 지속적으로 들으며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왔다”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국민 열망에 의해 적임자로 판단했다”며 “헌재소장 공백 상황이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도록 국회에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김 후보자는 전북 정읍 출신으로 사법연수원장을 지냈으며 국회 야당 추천으로 2012년 9월 헌법재판관이 됐다. 2004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재직 시절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전철역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해 사망한 사건에서 도시철도공사의 안전장치 결함을 지적해 철도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또 고용환경에서의 성차별을 깬 사건으로 평가받는 ‘김영희 사건’을 비롯해 청소년 고용으로 물의를 일으킨 ‘미아리 텍사스 사건’ 업주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보호하는 판결을 내려온 인물.
그는 헌법재판관 중 가장 진보 성향으로도 분류되고 있다. 과거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64일간 구금됐다가 석방되는 등 헌법재판소 5기 재판관 중 가장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사건 당시 9명 재판관 중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 한·미 FTA 반대 시위 물대포 사용 사건, 국가공무원법상 교원 정치활동 전면금지 조항, 정당법·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교사 정당가입 금지 조항 등 심판에서 위헌 의견을 내 다수의견과 맞섰다.
헌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진행하던 중 이정미 전 헌재소장 대행이 퇴임함에 따라 지난 3월14일부터는 헌재소장 대행으로 선출됐다.
한편 문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지난 10일 국무총리 등의 인선을 직접 발표한 데 이어 이날도 직접 헌재소장 후보자 인선 발표를 한 바 있다. 특히 이날은 취임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직접 인사 발표에 나선 배경에 대해 “간단한 발표이지만 헌법기관과 헌재소장 인사여서 예우상 직접 브리핑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헌재소장의 임기를 묻는 질문에는 “그 부분이 명료하지가 않고 논란이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국회가 이 부분도 헌법적으로 깔끔하게 정리해 주기를 바라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으로서는 헌재소장을 헌법재판관 중에 임명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일단 헌법재판관의 잔여 임기 동안 헌재소장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