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유혈 마약 소탕’과 관련한 국내외의 인권보호 요구를 아예 외면할 모양새다. 19일(현지시간) 필리핀 GMA뉴스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한 행사에서 불법 마약의 부작용을 다시 언급하면서 마약과의 전쟁을 비판하는 인권 옹호론자들을 참수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인권비평가들을 믿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모두 참수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겁먹지 않고 감옥에 가는 대가도 치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필리핀에서는 현재까지 7,000~8,000명의 마약 용의자가 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뿐 아니라 자경단 등도 살해에 나섰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 같은 사망자가 5만 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마약과의 유혈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필리핀 대통령궁은 내정 간섭을 이유로 유럽연합(EU)의 개발원조를 받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3월 필리핀의 마약 소탕 방식과 사형제 재도입에 반대하는 EU 관리들을 향해 “목을 매달면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가 EU의 반발을 샀다. 필리핀인권보호연합의 로제 트라야노 사무총장은 두테르테 정부의 EU 원조 거부를 두고 인권을 보호하라는 국제사회의 권고를 무시하겠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