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퍼거슨 전 축구 감독(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변성현 감독 /사진=서경스타 DB
/사진=변성현 감독 트위터 캡처
공인들이 SNS에서 남긴 글이 논란이 될 때마다 떠오르는 퍼거슨의 대표 명언. 이번에는 변성현 감독을 향한 말이 됐다. 변성현 감독은 왜 다 된 영화 ‘불한당’에 스스로 코를 빠뜨렸을까.
‘불한당’이 개봉 하자마자 큰 난항에 빠졌다. 제 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공식 초청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것도 잠시, 막상 개봉 후에 국내에서 ‘꽃길’ 아닌 ‘불길’을 걷는 입장이다. 해당 영화를 연출한 감독의 실언 때문이다.
원인은 변성현 감독의 트위터에서 비롯됐다. 여느 트위터리안 못지않을 정도로 방대한 양의 글을 게재해오며 변성현 감독은 저속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특히 민감한 문제로 다가올 수 있는 정치, 동성애, 성희롱 발언, 그리고 타 영화에 대한 욕설이 큰 지적 거리다.
변성현 감독은 트위터를 통해 “심상정이랑 유승민 빼고 다 사퇴해라. 심상정은 제발 완주해라” “안철수 문재인 초딩 싸움” “못 참고 페북에 똥쌌다. 이게 다 문 씨 때문이다” “대선 때문에 (불한당) 홍보가 되지 않는다. 대선을 미뤄라. 나도 니네 만큼 준비 오래했다”라며 과격한 정치적 발언을 했다.
또한 변 감독은 “데이트하기 전에 홍어 먹어라. 향에 취할 테니”라는 글을 남겨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을 뿐만 아니라, “정말 이제 불한당에서 벗어나고 싶다. 끝났다. 이 영화 꼴도 보기 싫다. 이제 깐느에서 마지막으로 보고 평생 안 보고 싶다”고 남겨 자신이 연출한 영화를 스스로 폄하하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변 감독은 “궁둥이 큰 여자치고 성격 나쁜 애가 없다” “‘불한당’은 ‘마스터’ ‘더킹’ 따위의 조무래기가 아닙니다. 보라고 보라고 보라고 XXX들” “재호 무릎 위에 앉은 현수 보고 싶다” “이 영화가 얼마나 XX였냐면 그냥 둘이 각자 따로 떨어져서 뱉는 대사조차 엄청난 XX였다” “‘불한당에서 재호랑 현수가 잤음” 등의 글을 리트윗 해 충격을 줬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정도라면 많은 공인들의 표현의 자유로 간주되지만, 변 감독은 정도를 넘어 비하 수준으로 표현해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더욱이 자신이 연출한 작품을 비난조로 일컫는 것은 경솔함을 넘어 감독의 자질까지 의심되는 모양새다. 또한 그가 리트윗한 글들은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들 수준이어서 배우들(설경구, 임시완)을 향한 성희롱 문제까지 이어진다. 아무리 ‘불한당’이 재호(설경구)와 현수(임시완)의 진득한 의리를 그린다고 해도 이는 ‘브로맨스’ 수준의 표현을 넘어선다.
지금까지 경기를 잘 이끌어가다가 왜 이런 ‘자살골’을 넣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행태다. ‘불한당’은 작품성을 갖춘 장르영화로 인정받아 칸영화제 초청도 받았으며, 시사회 직후 국내 평단의 긍정적인 평가가 따랐던 작품이다. 특히 감독 스스로도 2012년 ‘나의 PS 파트너’ 이후 5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라 흥행에 대한 간절함이 누구보다 컸을 터다. 감독의 경솔한 발언으로 영화에 대한 불쾌감만 커져 애꿎은 배우들과 투자, 배급사들만 때 아닌 뒷통수를 맞은 격이다.
영화 개봉 시기와 맞물려 논란이 거세지자 변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수개월을 같이 고생한 배우와 스태프분들께 더더욱 면목이 없습니다. 염치없지만 여러분들께 한 가지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불한당’은 제 개인의 영화가 아닙니다. 수백명의 땀과 노력의 결정체입니다. 아무쪼록 이 영화가 저의 부족함 때문에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 하는 일이 없도록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고 공식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진짜 불한당이 여기 있었네” “감독 사상이 이상한데” “감독이 잘못했네...쯧” “누가 감독 집 랜선 좀 뽑지 그랬어요...” “감독 트위터 좀 못하게 해라” 등의 반응과 함께 작품에 대한 ‘보이콧’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 17일 개봉 날에는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지만, 바로 다음날(18일)에는 같은 날 개봉한 ‘겟 아웃’에 밀리면서 2위로 순위가 하락했다.(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오늘(19일)부터 이어지는 첫 번째 개봉 주말, 관객 동원에서 어떠한 양상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SNS의 양면성이다. 얼마든지 자신의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창구임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공인의 입장이 되면, 각별히 주의해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SNS가 단시간에 압도적인 파급력을 자랑하는 만큼,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가 곧바로 감당할 수 없을 양의 비난의 화살로 꽂힌다는 것을 이번 사태로 다시금 깨우치게 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