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논문으로 '랩 앨범' 낸 하버드 학생, 우등 졸업

학사 논문으로 랩 앨범을 제출한 미국 하버드대학 영어학부 학생이 우등으로 졸업한다.

오바시 쇼(20)는 하버드대학 사상 최초로 랩 앨범을 학사 논문으로 냈다. 그는 A- 학점을 얻었고 다음 주에 열릴 졸업식에서 우등 졸업하게 됐다.

하버드대학의 경우 졸업 논문 제출이 의무는 아니지만 우등 졸업하기 위해서는 논문을 제출해야 한다. 영어부 학생들은 주로 연구 논문을 내지만, 논문 대신 영화 시나리오, 소설, 시집 등 독창적 작품을 제출하기도 한다.


흑인인 쇼의 랩 앨범에는 10곡이 담겨있다. 주로 미국에서 흑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다뤘다. 노예제, 경찰 폭력 등을 소재로 했다. 작사에 1년 이상이 소요됐고 곡들은 어둡고 음울하다. 영국의 대문호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나 작가 제임스 볼드윈의 작품에서 영감을 끌어오거나 형식을 빌리기도 했다.

쇼는 이 앨범을 위해 앨범 제작 기술을 독학하고, 친구들 도움을 받기도 했다. 녹음은 하버드 캠퍼스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했다. 쇼는 “앨범 수준이 성에 차지는 않지만, 늘 배운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쇼는 자신의 앨범을 온라인에 공개할 예정이다.

쇼의 논문 지도교수 존 벨은 그가 “진지한 음악가며, 놀라운 인물”이라면서 “영어 전공자들뿐 아니라 랩 애호가들을 사로잡는 앨범을 만들어냈다”고 평했다.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대중음악 장르인 랩과 힙합에 갈수록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버드대학은 2013년에 힙합 전공자를 위한 장학금을 만들었고 애리조나 대학 등은 힙합을 부전공 과목으로 열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클렘슨대학에서는 지난 2월 박사과정 학생이 이 학교 사상 처음으로 랩 앨범을 논문으로 제출한 바 있다. 한편 쇼는 졸업 후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 기업인 구글에서 소프트웨어 기사로 일할 예정이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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