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신화’ 김동연은... 판잣집 가장 출신·아들 발인 날에도 출근

김동연 아주대학교 총장이 “일단 진입하기만 하면 특권을 누리는 ‘게임의 룰’부터 바꿔야 한다”며 2015년 KITA 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설명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은 대표적인 ‘고졸신화’의 주인공이다. 흙수저 출신으로 입지전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충북 음성 출신으로 11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에서 살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고 덕수상고 재학시절인 열일곱 살에 홀어머니와 세 동생을 부양하고자 한국신탁은행에 취직했다. 이후 8년간 야간대인 국제대(현 서경대)에 다니며 낮에는 은행원으로 일했다. 스물다섯 살이던 1982년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동시에 합격했다. 이듬해 3월 경제기획원(EPB)으로 옮겼다.

명문고·명문대 출신의 최우수 인재가 몰리는 경제부처에서 그는 철저함과 성실함으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에서 공직을 시작한 그는 옛 기획예산처 산업재정기획단장, 재정정책기획관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에선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정과제비서관으로 일했다. 2011년에는 기재부 예산실장을 지내며 기획·조정 능력을 갖추고 각종 예산과 정책을 연계해 이슈를 선도했다는 평을 들었다. 2012년 기재부 제2차관, 2013년엔 장관직인 국무조정실장에 오르며 출세 가도를 달렸다.

업무 성향은 모나지 않고 합리적이며 맡은 일엔 몸을 던지는 외유내강 스타일로 꼽힌다. 국무조정실장으로 재임할 때 백혈병으로 투병하던 장남을 떠나보낸 아픔을 겪고도 발인 당일 오후 출근할 정도로 철두철미한 품성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2014년 7월 국무조정실장에서 물러날 때는 청와대에서 몇 차례나 사의를 반려할 정도로 아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년 4개월 간 국무조정실장으로 격무에 시달린 데다 아들을 잃은 가족을 직접 돌봐야겠다며 거듭 사의를 표명해 청와대가 받아들였다. 2015년 2월부터 총장으로 아주대를 이끌었다.

이번 인사로 덕수상고 출신이 또 한번 주목받은 점도 눈에 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과는 덕수상고 동문이다. 김 후보자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한국의 중장기적 목표와 전략을 담은 ‘비전 2030’ 작성의 실무를 총괄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비전 2030은 정부 외에 전문가 60여 명이 작성에 참여한 한국 최초의 중장기비전 보고서다. 이 때문에 김 후보자를 새 정부 1기 경제팀 사령탑으로 낙점한 것을 두고 문재인 표 ‘중장기 정책과 비전’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

△충북 음성(60) △덕수상고 △국제대 법학과 △미시간대 정책학 박사 △기획예산처 사회재정과장·재정협력과장·전략기획관 △미국 세계은행(IBRD) 선임정책관 △청와대 재정경제비서관 국정과제비서관 △기재부 예산실장 △기재부 2차관 △국무조정실장 △아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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