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STORY] 이범권 선진 대표 “35년 축산 외길...'웰빙 돈육브랜드' 대중화 시대 열어야죠”

한국 식문화 아직 선진국형 수준 못돼
프리미엄 식품 시장 성장 가능성 높아
도축서 가공·유통까지 700여개 검사
국내 첫 돈육브랜드 '선진포크' 선봬
'선진햄' 등 육가공 사업에도 드라이브
합리적 가격·고품질에 신뢰 높아질 것



이범권(60·사진) 선진 대표는 국내 축산업계의 산증인이다. 지난 1982년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첫 직장인 사료회사를 거쳐 1988년 선진에 과장으로 입사해 지금까지 35년간 축산업 외길을 걸어왔다. 선진이 글로벌 사업을 개시한 직후인 1998년에는 ‘선진필리핀’ 대표로 시장 개척에 앞장섰고 2002년 대표로 취임한 뒤 지금까지 15년간 변함없이 선진의 수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축산 외길을 걸어온 덕에 그는 소비자 식문화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품질 향상이 돈육 사업에서 가장 중요함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인물이다.

선진은 사료·식육·육가공 등 축산·식품 전반을 아우르는 전문기업이다. 1973년 양돈사업으로 시작해 2014년 매출 1조원을 처음 돌파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1조1,598억원)까지 3년 연속 1조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정육까지 포함하면 돼지고기 부문에서 사실상 최선두 업체다. 1992년에는 식육사업에서 ‘선진포크’라는 국내 첫 ‘돈육 브랜드’를 출시해 돼지고기의 브랜드화를 이끌기도 했다. 이 대표를 최근 서울 둔촌동 선진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식문화도 프리미엄으로 확 바뀌어야>

이 대표는 인터뷰 시작부터 우리나라 식문화가 아직 선진국형에 도달하지 않아 프리미엄 식자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소득수준에 비해 식품에 쏟는 소비가 미약하다는 얘기였다.

그는 “탐닉 수준은 아니더라도 음식을 먹는 행위가 자기 몸을 위하는 것인 동시에 행복감을 주는 것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건전한 식문화 조성을 위해서는 첨가제보다 돼지고기와 같은 원재료의 품질을 따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의 엥겔지수(가계 총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는 25.8%로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한 데 반해 한국은 13.7%로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선진국 기준이 대체로 30% 내외임을 감안하면 한국 사람들은 다른 선진국 사람들의 절반 수준의 식비도 쓰지 않는 셈이다. 식품·외식업계 곳곳에서 웰빙·프리미엄 바람이 분다지만 우리나라는 그의 주장대로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렀다. 단기간에 경제성장을 이루다 보니 취식문화가 배고픔 해결, 영양공급 수준에서 완전한 웰빙을 꾀하는 선진국형에는 아직 근접하지 못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이 대표는 “한국의 엥겔지수가 유독 낮은 것은 원재료 값이 비교적 싼 이유도 있지만 먹는 것에 대한 인식이 아직 발전하지 못한 탓이 더 크다”며 “앞으로 건강을 중시하는 식문화를 더 확산해 엥겔지수를 더 높여야 되고 그렇게 되면 돈육도 브랜드를 보고 사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엄격한 품질 관리로 고급 돼지고기 브랜드 대중화 추진>


이런 까닭에 이 대표가 양돈·사료 등 여러 사업 가운데도 최근 가장 중점을 두고 드라이브를 거는 분야는 식육과 육가공 사업이다. ‘선진포크’로 대표되는 식육 사업과 ‘선진햄’ ‘냉동’ 제품으로 대표되는 육가공 분야가 성장해야 수직계열화된 사료·양돈사업까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마트에서 값싼 순으로 돼지고기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많지만 조만간 가격이 비싸더라도 좀 더 품질이 뛰어난 고기를 찾는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었다.

이 대표는 “선진 제품이 경쟁사 제품보다 가격이 조금 더 비싸 현장 영업사원들이 앓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렇더라도 식재료를 반드시 고급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힘줘 말했다.

이 대표는 선진 제품의 강점이자 차별점으로 40년 이상 축적된 노하우를 발판으로 한 철저한 양돈 관리와 균일한 품질 확보를 들었다. 실제로 선진은 ‘선진포크퀄리티시스템(SPQS)’이라는 독자적이고 엄격한 품질관리 기준을 각 축산농가에 적용해 도축부터 가공·유통까지 무려 700여개에 이르는 검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선진 육가공 제품의 경우 독일의 독일농업협회(DLG)에서 주최하는 ‘DLG 국제품평회’에서 8년 연속 수상한 것은 물론 지난해에는 금메달 7개, 동메달 2개를 휩쓸기도 했다.

“선진의 돼지고기 식육·육가공 제품은 농가·도축·가공·유통 등 전 과정에서 균일하고 일괄적인 품질관리 시스템을 거치는 만큼 가격이 비싸도 음식점·사업장 등에서 한번 쓰면 잘 바꾸지 않습니다. 농가가 귀찮아할 정도로 검사를 철저히 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앞으로 돈육 브랜드의 대중성을 넓혀 우리 경제 수준에 걸맞은 식문화를 선도해볼 생각이에요. 최근에는 소비자 사랑방 세미나, 소비자 대상 백화점 교육, 식당 간판에 선진포크 표기 등 고급 식문화 수요에 맞춘 다양한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죠.” 이 대표의 설명이었다.

<35년 외길… 축산 혁신도 민간회사가 이끌어야>

지금은 축산업계의 산 증인이 됐지만 이 대표가 어린 시절부터 축산인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대학 때 점수에 맞춰 농대에 들어가면서 그의 진로가 지금까지 이어졌다. 농대에서도 축산이 가장 멋있어 보여 막연히 전공으로 택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이 대표는 “(대학에 들어갈 당시와 비교해) 우리나라 산업·경제환경이 바뀌면서 고기 소비량이 늘어나니 오히려 축산업의 비중이 올라갔다”며 “축산 분야에서 앞서 가는 역할을 하고 농민들과 함께 꾸준히 호흡해온 삶에 보람을 느낀다”고 술회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소비자와의 ‘신뢰’를 사업의 핵심으로 강조했다. 그렇게 하려면 소비자 편익을 위해 가격을 합리적으로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품질 향상도 꼭 동반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선진 같은 민간회사가 혁신에 앞장서야 한다는 책임감도 내비쳤다.

“소비자가 국산 축산물을 구매하는 것은 ‘신뢰’ 때문”이라며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 향상 등 소비자 가치를 높이는 활동이 중요한데 축산에서도 창의적인 시도는 (협동조합 등보다) 선진 같은 민간회사가 더 잘한다고 본다”고 역설했다./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1957년 경기 안성 △1982년 서울대 축산학과 졸업 △1988년 선진 과장 △1998년 선진필리핀(해외법인) 대표 △2002년 선진 대표이사 △2017년~ 선진 대표이사 총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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