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대립군’ 1592년 민초→2017년 국민, 무엇이 달라졌을까(종합)

‘대립군’이 1592년 임진왜란, 왕과 민초들의 삶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들의 삶까지 통찰한다.

22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는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정윤철 감독, 배우 이정재, 여진구, 김무열, 이솜, 박원상, 배수빈이 참석했다.

/사진=서경스타DB


‘대립군’은 임진왜란 당시 ‘파천’(播遷)한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왕세자로 책봉되어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광해’와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代立軍)의 운명적 만남을 그렸다.

이날 영화를 연출한 정윤철 감독은 “500년 전 이야기이지만, 지금 현실의 이야기와 맞닿아있다”고 작품의 큰 줄기를 소개했다. 1592년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삼은 이유로 “우리 영화는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하는데 ‘명량’처럼 전쟁을 다루지는 않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광해와 함께 같이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진정한 리더란 무엇인가를 깨우쳐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고 전하며 다른 작품과 차별점을 들었다.

이어 그는 “연산은 개인적인 폭군이었고, 광해는 정치적으로 물러난 인물이다. 지금와서 광해가 많이 재조명되고 있다. 자질이 있었지만 아쉽게 물러났다는 점, 그리고 외교적 수완들이 있어서 그렇다”며 “우리 영화에서는 군주가 되기 한참 전, 세자가 된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인물이 어떻게 헤쳐 나아가는지를 보여준다. 성장담이다”라고 주인공 광해(여진구)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정 감독은 “진정한 리더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는 많이들 느끼실 거다. 무엇보다 ‘나를 따르라’ 식으로 무작정 끌고가는 것이 아닌, 직접 다가가서 슬픔을 어루만져주고 백성을 껴안아주고 책임을 지는 게 진정한 리더인 것 같다”고 이 시대가 가져야하는 리더의 모습을 소망했다.마지막으로 정 감독은 “영화를 9년 만에 내놓게 됐다. 어두운 시대가 있었는데 이 영화로 많은 공감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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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대립군의 수장 토우 역을 맡은 이정재는 “촬영 전 감독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최대한 실제같은 재현을 해보고 싶었다.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가 촬영하면서 생각 들더라. 올라가도 올라가도 (산이) 끝이 없더라. 이 산이 저 산 같고 저 산이 이 산 같더라”고 촬영 당시 고생담을 늘어놨다. 이어 “‘관상’에서 수양대군과 다른 모습을 보이길 원했다. 말투 등이 어떻게 하면 더 자연스럽게 대립군의 모습을 전달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그런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 동료들, 감독님과 얘기도 많이 나누고 고치는 과정을 거쳤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돼 인상 깊게 다가온다. 정 감독은 로케이션 섭외 과정으로 “임시정부 역할을 하면서 어려운 과정을 보여준다. 광해의 모습을 최대한 재현하려 했다”며 “CG보다는 다큐멘터리를 찍듯이 가려고 했다. 무모하긴 했지만 모두들 산 위에 올라가서 촬영했다. 생동감 있는 장면이 담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북한 지역에 가서도 촬영하고 싶었는데 불가능했다. 개마고원 같은 험난한 지역을 기대하긴 했지만, 100억의 거대 예산으로 진행되기도 힘들어서 동선을 최대한 잘 짜서 촬영했다. 남한의 거의 모습 땅을 밟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정재는 “시나리오 처음 부분에는 광해를 비롯한 분조 일행을 봤을 때, 대립근 입장에서는 미움의 대상이겠더라”며 “저들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살겠구나 느껴지더라. 하지만 어린 광해의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구나’가 느껴졌다. 백성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마지막까지 광해를 위해 함께 하게 된다. 그렇게 켜켜이 쌓은 감정으로 광해와 마지막까지 함께 한다. 디테일하게 연기하도록 열중했다”고 감정선을 드러내는 과정을 언급했다.

여진구는 명나라로 파천한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분조를 이끄는 어린 왕 광해 역을 맡았다. 여진구는 이병헌, 차승원과 다른 광해 표현을 한 과정으로 “그렇게 많이 신경을 쓴 건 아니다. 캐릭터 역할 자체가 왕세자를 보여주다보니, 감독님과 많이 연구했다”고 말했다.

대립군의 야심가 곡수로 분한 김무열은 “곡수의 삶은 순탄치 않았을 거다. 믿음이 없고 살아남는 게 우선이었을 거다”라고 캐릭터를 분석하며 “자기 이름을 불러줬을 때 광해에 대한 믿음이 생겼을 것 같다”고 곡수의 심경의 변화를 생각했다.

광해의 의녀 덕이 역의 이솜은 “스태프분들도, 배우 분들도 나를 위해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힘들지?’라는 눈빛도 느껴졌고, 배수빈이 밥도 사주고 이정재가 감기 조심하라고 연락도 해주소 많은 배려들이 있었다”며 함께 한 동료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박원상은 대립군의 정신적 지주 조승 역을 연기했다. 그는 “이름없이 죽어간 수많은 백성들이 광해 안에 담겨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광해는 행복한 임금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며 “지금 우리가 새로 뽑은 대통령을 보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겠다”고 이 시대가 바라는 리더상을 언급했다.

광해의 호위무사 양사로 분한 배수빈은 “영화를 촬영할 당시만 해도 광해와 같은 왕을 꿈꿔왔다. 그런데 실제로 영화 같은 장면들이 많이 나와서 얼떨떨하다. 당연한 것들이 이제야 나오는 것들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며 영화와 실제의 배경을 비교했다.

한편 ‘대립군’은 월 5월 31일 개봉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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