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찬가지로 그는 말로 자신의 잘못을 얼버무리고 문제를 덮었다. 유리와 강철로 지은 그의 58층짜리 빌딩은 언어유희를 통해 68층으로 키를 높였고 맨해튼에 있는 1만1,000제곱피트 넓이의 아파트는 3만3,000제곱피트로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때로는 터무니없게, 때로는 교묘하게 자신의 이익과 목적에 맞춰 말을 조종했다. 이 같은 언어사용 방식을 그는 ‘진실된 과장법’이라 불렀지만 진실과 거리가 먼 경우가 다반사였다. 어쨌건 그의 방식은 통했다. 적어도 이제까지는 그랬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이던 제임스 코미에게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조사를 중단하라고 요청했다는 의혹이 얼마나 엄중한 것인지 이해한다. 바로 그 때문에 현 행정부는 플린 전 보좌관의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플린 전 보좌관의 러시아 내통 의혹은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직면한 문제는 녹취 테이프 같은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이번 사건이 시비를 가리기 힘든 여론 법정에서의 말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싸움의 한편에는 권력자에게 할 말을 다하는 뛰어난 공복으로 알려진 코미 전 국장이 자리한다. 국민 대다수는 그가 정직하며 성실하다고 믿는다.
그 반대편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 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인 글렌 케슬러와 미셸 예희 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그들이 만나본 정치인 가운데 가장 심하게 사실을 왜곡한 인물로 지목했다. 그들은 취임 후 첫 100일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아예 거짓이거나 여론을 오도하는 492건의 주장을 펼쳤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4.9번꼴이다.
그는 사소한 일에 거짓말을 한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며 자신이 직접 만나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부터’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했고 월드트레이드센터가 테러 공격을 받을 당시 저지 시티에서 아랍인들이 환호하는 광경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미국의 실업률이 무려 42%에 달했고 살인율은 45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고도 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그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래 최대의 표차로 압승을 거뒀다는 허풍을 떨었고 중국이 그의 비난에 반응해 통화 조작을 중단했다고 떠벌렸다. 여기에 보태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트럼프타워에 전화 도청장치를 설치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물론 이들 모두가 완전히 거짓이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말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트럼프에게 사과란 이치에 닿지 않는 짓이다. 그는 자신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라이벌이자 친구인 카지노 재벌 스티브 윈이 말했듯 트럼프의 모든 진술은 진실이나 사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가 생각하는 말의 뜻은 일반적 정의와 다르다. 그에게 말은 행위 예술이다. 그 순간 맞게 들리면 그만이다. 진위와 시비에 관계없이 위기의 순간을 벗어나게 도와주는 것이 그가 믿는 말의 기능이다.
그러나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일개 부동산개발업자나 프랜차이즈 마케터 혹은 유명한 TV 스타가 아니다. 그는 대통령이고 전쟁과 평과, 법과 정의 등과 같은 막중한 일을 다뤄야 한다. 언어는 그가 이제까지 이해해온 것과 전혀 다른 방식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국가신인도를 높이고 적을 제어하며 우방을 안심시키고 법을 집행하는 등의 모든 통치행위가 말을 통해 이뤄진다. 고위직 공인들의 경우 말과 행동이 괴리돼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는 말이 모든 것이다.
평생 강점으로 여기던 것이 치명적 약점으로 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최고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장사꾼 기질과 허풍, 얼버무림과 거짓 등으로 점철된 전력 탓에 트럼프 대통령은 설사 진실을 말한다 해도 미국민이 더 이상 그의 말을 믿기 힘들어하는 갑갑한 상황에 놓여 있다.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 ‘GPS’ 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