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서울역 앞에서 택시들이 손님을 태우기 위해 길게 늘어서 있다./연합뉴스
술에 취한 상태에서 택시 운전대를 돌려 추락 사고를 일으켜놓고 도주한 대학생이 구속되는 등 택시기사 ‘수난’이 끊이질 않는다. 운전기사 폭행은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업계 일각에서 차량 내부 블랙박스에 녹음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4일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지난달 18∼25일 소속 기사 6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택시 이용 승객의 부당행위 설문조사’ 결과 설문대상자의 87.8%인 602명이 최근 3년간 승객에게 1회 이상의 부당행위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종류는 폭행, 구토, 음주소란, 주취 수면, 요금지불거부 등으로 다양했다.
승객이 술에 취해 잠이 들어버린 경우(주취 수면)가 487건(80.9%)으로 가장 많았고, 구토 484건(80.4%)·음주소란 450건(74.8%)·부당한 시비 276건(45.8%)·요금지불 거부 258건(42.9%) 등이 뒤따랐다.
승객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응답도 249건(41.4%)이나 됐다.
폭행을 당한 택시기사 가운데 절반이 넘는 58%(145명)는 매달 한 차례가량 맞는다고 답했다. 27%(67명)는 월평균 2회, 15%(37명)는 월평균 3회 이상 폭행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폭행 유형별로는 손찌검이 87명(35%)으로 가장 많았다. 그 밖에 주먹 47명(19%), 발 45명(18%), 기타 70명(28%) 등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시내 택시 관련 행정을 총괄하는 서울시 택시물류과장이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가 만취한 승객에게 두들겨 맞아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
술에 취한 승객이 차 안에서 구토하는 문제 또한 심각한 부당행위로 지적됐다.
구토한 승객으로부터 받은 돈은 5만원 미만이라는 대답이 68%(329명)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15만원 이상 받았다는 택시기사는 5%(24명)에 그쳤다.
조합은 “대부분 취객이라 배상을 받지 못하고 영업을 중단한 뒤 자비로 세차하거나, 승객에게 적은 액수의 배상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부당행위들은 주로 밤 시간대(89%)에 일어나지만 택시기사들은 야간 운행을 선호(61%)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은 “밤이 낮보다 승객이 많고 교통이 원활해 수입 측면에서 선호한다”며 “야간을 기피한 이들은 승객 문제, 심야 운전의 피로, 건강 문제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승객의 ‘갑질’이 끊이질 않으면서 조합 내부에서는 차량 내부에 녹음을 허용해 만일의 일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승객이 잘못해놓고 되레 기사에게 덮어씌우는 허위 신고나, 폭행 등 부당행위를 입증하는 근거 자료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법을 개정해야 하는 점이 걸림돌이다. 개인정보보호법 25조는 “녹음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택시기사가 위험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때 최소한의 방어 차원에서 블랙박스 녹음기능을 켤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이를 악용할 경우 엄벌에 처하면 된다”고 말했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