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개인이 순매수한 종목 두 개 중 한 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장에 올라타고 싶어도 기존에 투자한 종목들의 손실이 크다 보니 쉽게 주식 시장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는 사이 기관과 외국인이 순매수한 종목들은 대부분 시장 수익률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나 개미들에게는 주식시장이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고 있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24일 서울경제신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기관·외국인이 지난해 말부터 지난 23일까지 순매수한 상위 100개 종목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기관의 평균수익률이 20.72%로 가장 높았고 외국인이 17.47%로 뒤를 이었다. 기관과 외국인 모두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14.08%)을 모두 크게 웃돌았다. 반면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의 평균수익률은 2.21%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목할 점은 올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줄곧 매도 포지션을 취했던 기관의 수익률이 예상과 달리 뛰어났다는 점이다. 기관은 올 들어 23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6,548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이끈 외국인과 달리 5조4,621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의 순매도 금액(4조7,012억원)보다 많았다.
하지만 순매수 상위 100개 종목만 놓고 보면 기관이 ‘족집게’ 투자 실력을 드러냈다. 100개 종목 중 기관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현대백화점(-3.17%), 현대일렉트릭(-5.07%), 한섬(-6.75%), 화승인더(-8.17%), 동아쏘시오홀딩스(-10.46%), ING생명(-0.64%), 한전KPS(-5.7%) 등 여덟 개 종목에 불과했다. 이들 종목의 평균 투자 손실도 -5.78%로 크지 않았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위 100개 종목 중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10개, 투자손실은 -4.73%였다.
반면 개미들의 투자 성적은 참담하다. 순매수 상위 100개 가운데 마이너스를 기록한 종목은 53개로 절반을 넘었다. 기관은 40위권에서, 외국인은 20위권에서 마이너스 종목이 처음 나왔지만 개인은 20위 안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이 13개나 됐다. 하락장에 베팅하며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사들인 결과 ‘KODEX 200선물인버스2X(-25.99%)’ ‘KODEX 인버스(-13.71%)’ ‘TIGER 200선물인버스2X(-25.85%)’ 등에서 손실이 컸고 LG디스플레이(-8.49%), 한국전력(-6.44%), 넷마블게임즈(-13.03%), 고려아연(-7.49%) 등 다른 순매수 상위 종목들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물론 삼성전자(25.62%), 엔씨소프트(53.36%), 아모레퍼시픽(10.74%), 현대상선(33..74%) 등 고수익 종목도 있었지만 투자손실 종목 수가 많아 전체 수익률을 끌어내렸다.
이처럼 올 들어 코스피가 연일 상승세를 타는 것과 달리 개인의 투자 손실이 커지다 보니 이들이 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개미들이 현재 상승장을 이끌고 있는 대형주로 갈아타려면 기존에 투자한 코스피 중소형 주에서 투자 손실을 확정해야 하는데다 섣불리 나설 경우 상투를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형주 중심의 상승장이 펼쳐지는 상승장에서 개인이 올라타려면 기관과 외국인처럼 대형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거나 순환매 장세로 전환돼야 가능한데 현 상황에서 둘 모두 여의치 않아 보인다”며 “개미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 상승장이 ‘남의 집 잔치’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