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라 러스(왼쪽)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 과학 및 인공지능연구소(CSAIL) 소장은 24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7’에서 란훙위 페이옌 스마트과학기술 최고경영자(CEO)와 대담하며 이같이 전망했다.
현재 머신러닝이나 로보틱스 같은 신기술을 접하려면 깊은 이해와 전문성이 필요하다. 사람이 새로운 기계에 적응하려면 적잖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러스 소장은 이처럼 고통스러운 적응의 과정을 앞으로는 사람이 아닌 기계가 담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우리 같은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이 더 나은 툴(도구)과 인터페이스(기반)를 만들어 사람들이 새로운 기계를 더 쉽게 쓰도록 할 것”이라며 “훗날에는 기계가 알아서(사람에게) 적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란 대표는 로봇 때문에 일자리가 줄거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등 신기술 등장에 따른 부작용을 염려했으나 이에 대한 러스 소장의 답은 명쾌했다. 기술의 진화를 막을 수 없는 만큼 부정적인 영향을 해결할 새로운 기술로 긍정적인 효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사생활이 상당히 노출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암호화나 보안 기술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며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기술의 장점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인인 란 대표는 전날 열린 알파고와 커제 간 바둑 대결 얘기를 꺼내며 AI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러스 소장의 견해를 물었다. 러스 소장은 알파고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명확한 한계 또한 짚어냈다. 그는 “알파고는 모든 바둑게임과 트릭을 인간으로부터 배웠다”며 “앞으로 더욱 발전하겠지만 결국 훈련을 한 데까지에 그칠 것”이라고 단언했다. 똑같은 바둑 대결 방식이라도 바둑판을 3~4배로 더 넓힌다면 알파고의 승리 확률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러스 소장은 “사람은 바뀐 환경을 바로 이해하고 실전에 적응하지만 AI는 새로운 영역을 다시 훈련하기까지 인간을 따라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의 등장은 기존 제도와 많은 충돌을 예고한다. 규제를 무조건 풀면 부작용을 통제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과거의 틀을 유지하면 신산업 성장을 막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러스 소장과 란 대표 모두 규제 이슈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란 대표는 “산업 간 융합을 위한 신규 진입과 인수합병(M&A)을 가로막는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러스 소장은 정책과 기술 양쪽에 능통한 산업의 ‘통역자’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분야를 다 알아야 법·규제와 인프라 등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며 “각국이 정책·기술 융합 전문가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도 4차 산업혁명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진혁·강광우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