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는 창업기회 인식이 각국의 기업가정신을 평가하면서 실패를 이겨내고 위험을 감수하는 척도라고 분석했다. 우리는 실패가 두려워 창업을 꺼린다는 비율이 40%에 달하고 창업 관련 교육도 줄곧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기업가정신이 바닥까지 추락했다는 얘기다. 정보통신기술(ICT)이나 에너지 비용 등 창업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지만 소프트인프라는 최하위권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좀체 개선되지 않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중소기업 위주의 창업 활성화를 최대 정책과제로 삼고 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도 “벤처창업 열풍을 일으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일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진정 창업국가를 만들겠다면 규제부터 과감하게 없애고 업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한다는 OECD의 충고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지정된 구역에서는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만 해도 우리는 대선 공약집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일본에서는 본격 시행에 들어간 상태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을 갖춘 젊은이들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고 재도전할 수 있도록 자율규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만 좋은 일자리가 하나라도 더 만들어지고 경제활력이 되살아날 수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23일부터 열리고 있는 ‘서울포럼 2017’에서 국가를 운영하는 정책이나 제도 전반을 통째로 바꾸는 소프트인프라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도 이런 절박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