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차라리 편동풍이 불었으면

미세먼지와의 전쟁이다. 시민들은 미세먼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스마트폰에는 미세먼지 앱을 깔아놓고 산책을 할지 결정한다. 또 공기청정기를 24시간 틀고 미세먼지를 막는 식물을 집 안에 들이고 있다. 외출할 때 마스크는 필수 아이템이 됐다.

미세먼지는 단순 호흡기 질환을 넘어 심장병·뇌졸중·폐암 등을 일으킨다. 매년 수백만 명이 미세먼지로 조기에 사망한다.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중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로 한국과 일본에서 3만900명이 조기 사망한다.

상황이 심각하자 정부는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5일 지은 지 30년이 넘은 노후 화력발전소 8기를 6월 한 달간 가동 중단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내년부터는 4월부터 6월까지 세 달 동안 셧다운한다. 또 오는 2022년까지 노후 화력발전소 10기를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셧다운으로 줄어드는 미세먼지는 전체의 1~2% 정도에 불과하다. 미미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셧다운 조치는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문 대통령은 공정률 10% 미만의 석탄발전소 건설을 재검토하기로 하는 등 ‘탈석탄’ 공약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발전 업체들이 화답했다. 한국전력과 남동발전 등 발전 공기업 사장단이 19일 긴급회의를 열고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를 2022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경유차에 대한 규제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2030년까지 경유차 운행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경유 가격을 올려 친환경차 보급을 유도하는 정책이 추진될 예정이다.

급기야 인공 강우까지 등장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기상청은 9~11월쯤 인공강우 실험을 할 예정이다.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서해안으로 접근할 때 인공비를 뿌리면 국내로 유입되는 미세먼지의 양이 줄어든다. 하지만 효과가 반나절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모든 정책을 동원해도 2022년까지 전체 미세먼지의 30%만 줄일 수 있을 뿐이다. 편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이 마땅하지 않은 탓이다.

환경부가 의뢰한 연구 결과 수도권 초미세먼지에서 중국발 미세먼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연평균 44%에 이르고 특히 봄철에는 59%까지 높아진다.

정부는 한중 정상외교의 주요 의제로 미세먼지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세먼지의 이동에 대한 다자·양자 간 공동 연구도 진행한다. 한국이 겪는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던 중국이 정상회담에서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현재로는 미세먼지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근본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철강·석유화학 등의 에너지 과소비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 해외로 옮기는 것도 방법이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는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과연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을까. 결국 이런 푸념까지 하게 된다. “차라리 편동풍이 불어 미세먼지를 중국으로 날려버렸으면….”

/문병도 바이오IT부 차장 do@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