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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있는 랴오닝성 다롄시는 중국 북부의 항구도시로 동북3성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중국에서도 비교적 잘사는 편에 속해 소비력도 크다. 하지만 이곳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 상품의 판매가 크게 줄어들면서 수입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한국상품전 등 큰 규모의 무역행사 개최가 어려운 지금 필자의 가장 중요한 일과는 중국 기업을 직접 찾아가 관계자를 만나는 것이다. ‘어려울수록 더 많이 만나라.’ 이것이 필자가 현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많이 만나다 보니 길이 보였다. 다롄의 몇몇 유통기업은 한국 상품을 수입해 자기상표(PL)를 붙여 판매하겠다고 했다. 그중 한 기업은 지난해 한국의 조미료 생산공장을 방문했는데 실력 있는 회사였다며 손가락을 추켜세웠다. “한국 회사 사장이 참 좋은 사람이었죠”라며 같이 찍은 사진을 휴대폰에서 찾아 보여주기도 했다. 지금은 섣불리 움직일 시기가 아니라 잠시 중단했지만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연락할 것이고 한국 제품 찾는 것을 도와달라고 했다. 면담이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에게 위챗 친구 신청을 받았다. 필자 역시 바로 승인 버튼을 꾹 눌렀다.
한국 소비재 수입을 오히려 늘리겠다는 기업도 있다. 다롄의 유명한 전자상거래 기업은 상황이 어떻든 새로운 한국 소비재를 계속 발굴해 구매하겠다며 품질과 아이디어가 좋은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가급적이면 빨리 소개해달라고 했다. 이달 한국 출장에서 다롄무역관이 알려준 한국 기업의 생산공장을 가보고 제품만 괜찮으면 수입할 계획이다. 제품을 띄우는 것은 문제없고 홍보도 알아서 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중국 기업은 우리 중소기업 제품을 중국에서 히트시켜 우리 기업의 직원 수를 10배로 늘려놓았다. 다롄 기업을 위해 만든 온라인 기업간거래(B2B) 수출 사이트에 한국 기업들도 입점할 수 있도록 온라인 한국관을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중국 기업인들을 만나면서 그들도 힘들어하고 있고 상황이 빨리 나아져 한국과의 비즈니스를 활기차게 재개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느꼈다. 대형 행사를 개최하기가 어려운 지금으로는 어느 때보다도 개별적 접촉이 중요하다. 중국에는 ‘일이 없으면 밥이나 먹고 일이 있을 때는 일을 한다(沒事吃飯有事辦事)’는 말이 있다.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부단히 공을 들인다는 얘기다. 때가 도래하기를 기다려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몸을 만들고 대비하는 시기, 지금이 바로 그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