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장관은 “정부가 프라이싱(pricing·가격책정)과 서플라잉(suppling·공급)의 영역에 개입하는 순간 질서가 흐트러진다”면서 “문 대통령이 정규직-비정규직이라는 노동시장의 뜨거운 이슈에 사전 정지작업 없이 너무 쉽게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몰고 온 사회 양극화, 차별, 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맞지만 ‘고차함수’인 일자리 문제를 구휼(救恤)의 관점에서만 바라본 것 아니냐고 했다.
일자리는 기업 인사와 맞닿아 있다. 인사정책에 실패하면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된다. 한 민간연구소 원장은 “개별회사·사업군별로 임금과 일자리 문제는 천차만별이어서 정부가 몇 개의 정형화된 틀로 접근할 수 없다”며 “모든 사업장과 회사의 비정규직들이 정규직화를 무조건 원할 것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정규직화가 4차 산업혁명의 흐름과도 맞지 않을 수 있다. 20세기에는 정규직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단순한 일은 기계가 한다. 인공지능(AI)이 노동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질수록 인간 정규직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정규직은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라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급한 게 아니라 어떤 일자리가 줄고 늘어날지를 먼저 검토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한 전직 차관 역시 “앞으로 정규직 대부분은 로봇이 차지하고 인간은 비정규직화할 것”이라면서 “지금은 비정규직화에 대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총 부회장이 정부의 비정규직화 정책을 비판한 뒤 대통령이 곧바로 대응한 것을 두고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재계가 압박을 느껴야 한다”고 비판한 수준에서 끝났어도 됐다는 것이다. 한 전직 장관은 “솔직히 체급이 맞지 않았다”면서 “대통령이 과도하게 대응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고 퇴로 역시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탈권위 등 소통은 바람직하지만 자칫 이미지 정치의 굴레를 쓸 수도 있다고 했다. /fusionc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