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 그들이 바꾼 도시] MDM '대우월드마크센텀'

시공사 보증 없이 상품만으로 PF 조달…부산 고급 주거시장 개척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가까운 일본의 사례를 보면 도시재생에 있어서 부동산 디벨로퍼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도쿄가 자랑하는 도시재생 성공 사례 중에 하나인 도쿄역 주변의 마루노우치 일대 개발도 디벨로퍼인 미쓰비시지쇼가 주도한 프로젝트입니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디벨로퍼에 대한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향후 도시재생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지난해 16회에 걸쳐 게재한 ‘도시를 바꾼 디벨로퍼’ 의 두번째 이야기 ‘디벨로퍼, 그들이 바꾼 도시’를 시작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디벨로퍼들이 개발한 주요 프로젝트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한국형 도시재생 모델 발굴에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성공한 사업뿐만 아니라 실패한 프로젝트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성공의 비결과 실패의 교훈을 모두 찾아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야경. /사진제공=MDM


지난 22일 찾은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센텀시티로 가기 위해 부산역에서 30분 정도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만난 부산의 모습은 여느 대도시와 다를 바가 없어 보였지만 센텀시티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시원하게 뚫린 넓은 도로와 질서정연하면서도 개성 있는 모습으로 들어서 있는 대형 건물들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100% 완벽한 도시’라는 뜻을 가진 센텀시티의 특별함은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이 특별한 도시 안에 자리잡고 있는 ‘대우월드마크센텀’도 우리나라 부동산 개발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프로젝트다. 부동산 디벨로퍼인 엠디엠(MDM)이 개발한 대우월드마크센텀은 디벨로퍼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부동산금융 시장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부산 고급 주택 시장의 시작을 알리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은행 설득끝에 1,300억 유치..사업성 높자 대형사 몰려

인근 최고가보다 80% 비쌌지만 3개월 만에 100% 분양

디벨로퍼 인식 바꾸고 부동산금융 시장 변화도 이끌어




◇시공사 지급보증 없이 상품만으로 PF 조달=최근 들어 부동산 디벨로퍼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디벨로퍼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사람들로 여겨졌다. 대부분의 디벨로퍼가 워낙 영세하다 보니 진정한 의미에서 디벨로퍼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든든한 건설사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디벨로퍼는 사실상 전무했다. 대우월드마크센텀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바로 이 같은 평가를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디벨로퍼가 시공사의 지급보증 없이 상품성만으로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받은 첫 프로젝트다.

구명완 MDM플러스 대표는 “당시만 하더라도 시행사들이 상품을 만들어도 시공사들이 지급보증을 선다는 이유만으로 설계부터 시작해 공사비와 분양가 책정, 마케팅을 도맡아 하면서 시공사 자체 사업으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시공사의 지급보증 없이 금융권의 PF를 받은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힘이 막강했던 시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MDM은 대우월드마크센텀의 상품성을 믿었고, 직접 사업의 주체가 되고 싶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여러 금융사들을 돌아다니며 프로젝트를 설명했지만 선뜻 나서는 은행을 찾기가 힘들었다. 구 대표는 “건설사의 지급보증 없이 은행을 찾아갔더니 대부분의 은행들이 왜 왔냐며 난색을 보였다”며 “금융사를 설득하는 데 다소 애를 먹기는 했지만 다행히 신한은행이 관심을 보여 1,300억원 규모의 PF를 조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도 이 같은 광경이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 구 대표는 “당시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작은 시행사가 대형 건설사들을 상대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한다고 하니 우습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하지만 워낙 사업성이 좋다 보니 대우건설, GS건설, 현대건설 등 대형사들이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경쟁을 벌였으며, 결국 대우가 시공을 맡게 됐다”고 전했다.

대우월드마크센텀은 단순히 성공한 하나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디벨로퍼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킨 개발 사업이다. 구 대표는 “대우월드마크센텀이 성공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디벨로퍼가 싹트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며 “이후 PF 시장도 점점 변해 건설사들의 지급보증 비중이 점점 낮아졌으며, 우량 사업의 경우 시행사들이 주도 하고 시공사에는 단순 공사만 맡기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부산 고급 주거 시장의 문을 열다=대우월드마크센텀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 프로젝트가 부산 고급 주택 시장의 시작을 알리는 사업이었다는 점이다. 부산은 한국 제2의 도시이지만 대우월드마크센텀이 들어서기 전만 하더라도 고급 주택 시장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부산에서 고급 주거 시장에 뛰어들지 못했다. 불모지와 다름없던 부산 고급 주택 시장에 MDM이 과감하게 뛰어들었던 것. MDM은 2007년 3.3㎡당 평균 1,650만원에 대우월드마크센텀을 분양했다. 그 시절 부산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바로 옆 대우트럼프월드센텀이었는데 당시 3.3㎡당 평균 거래가격이 900만원이었다. 무려 80% 가까이 비싼 분양가였던 셈이다.

구 대표는 “그 때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던 시절이 아니어서 분양가 신고만 하고 분양을 하면 됐지만 당시 부산 지역에서 고가 아파트에 대한 정서적인 거부감이 있어 실제 분양 승인까지 3개월 정도 시간이 걸릴 정도였다”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처럼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어렵사리 진행된 프로젝트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MDM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은 반신반의했지만 대우월드마크센텀은 고분양가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3개월 만에 100% 분양을 완료했다. 구 대표는 “서울을 제외하고 상위 1%의 고소득자가 가장 많은 부산의 가능성을 보고 도전했다”며 “특히 부산 중에서도 해운대구, 해운대구 안에서도 센텀시티 정도면 496가구 정도의 고급 주택은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실제 이후 센텀시티 조성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면서 대우월드마크센텀의 가치도 시간이 지날수록 올라갔으며, 인근에 현대아이파크·두산위브제니스 등이 잇따라 들어서는 등 부산에서도 고급 주택 시장이 형성됐다.

대우월드마크센텀은 부산 지역에서 최초로 고급 주거 시설을 표방하며 시작된 프로젝트인 만큼 설계와 인테리어도 명품에 걸 맞는 수준으로 선보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외관 설계의 경우 일반적인 아파트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커튼월(철골 구조물에 유리로 외관을 마감하는 것) 공법을 사용했으며, 전용면적 기준으로 6가지 유형으로 구성된 상품에 각각 명품 브랜드를 차용한 인테리어를 적용했다. 아울러 통풍 및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주상복합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2면에 창을 내는 등 개방형으로 상품을 특화시켰다. /부산=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