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해결 방식 10가지 문제점]⑩ 섣부른 해결...왜곡된 결과

SKB 사내하청 직접 고용
사업체 잃은 하청사 반발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서면서 공공기관은 물론 일부 대기업들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작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행태를 보면 현실적인 범위 내에서 정권의 코드에 맞추는 생색내기에 가깝다. SK브로드밴드 사례가 대표적이다. SK브로드밴드는 자회사를 설립해 애프터서비스(AS) 업무를 맡고 있는 사내 하청업체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멀쩡한 사업체를 접게 된 기존 하청업체 대표들이 반발했다. 최근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이 하청업체 대표 9명과 간담회를 열고 적정 수준의 위로금을 제공하는 등의 유인을 제시했지만 최종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SK브로드밴드뿐 아니라 상당수 기업들이 자회사를 만들고 비정규직을 일단 정규직화한 뒤 상황을 봐가면서 자회사를 청산하는 식의 ‘꼼수’를 부릴 개연성이 농후하다. 비정규직 문제를 섣부르게 접근할 경우 당초 취지와 달리 왜곡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정부가 밀어붙일 경우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를 시장으로 경쟁하는 대기업들일수록 가능성이 더 크다. 미국의 애플은 폭스콘을 비롯해 생산 자체를 외주화하고 있고, 구글 역시 콜센터를 인도에 두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건설 업종의 경우 오히려 정규직 부담이 기업의 존폐 기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황 사이클이 뚜렷한 상황에서 모든 협력업체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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