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은 지난달 새로 신축된 여의도 K타워로 본사를 이전했다. 1995년 선경증권 간판을 달고 SK그룹에 편입된지 22년 만에 본사를 이전한 건 처음이다. 해당 건물은 공교롭게도 미래에셋이 SK생명을 인수해 사용한 미래에셋생명 본사가 위치한 자리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006800)를 비롯해 JB금융 등 국내 전략적투자자(SI)들이 SK증권 인수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계 사모투자펀드(PEF)와 국내 PEF 등도 거래구조를 제안하는 등 좀처럼 인수후보자가 드러나지 않았던 SK증권 매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본지 2월6일자 1면 참조
IB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SK그룹을 두어 차례 직접 찾아가 SK 최고경영자를 만나 인수의사를 밝혔고 은행과 증권·보험 등이 포함된 종합금융지주회사를 목표로 삼고 있는 JB금융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IB 관계자는 “자기자본 8조원으로 도약을 목표로 제시한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이 6조원대에 그치면서 아쉬움을 남긴 점이 SK증권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3조4,630억원)과 대우증권(4조3,967억원)은 단순합계 자기자본인 7조8,587억원에 달했지만 합병 직후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6조6,603억원으로 집계됐다. 2조4,000억원에 인수한 산업은행의 대우증권 지분 43%가 자사주로 전환되면서 회계 처리상 차감됐기 때문이다.
IB 업계는 SK그룹이 보유한 SK증권 지분 10%만 인수해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50% 이상의 지분을 인수해야 하는 다른 증권사 매물과는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지분 10% 인수로 자기자본 4,000억원을 늘릴 수 있는 셈”이라며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받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증권이 상장사라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시장가격에 따라 합병비율을 책정할 수 있어 비상장사의 기업가치를 재평가해야 하는 부담이 적다. 현재 SK증권의 자기자본은 4,112억원, 시가총액은 4,257억원(29일 종가기준)으로 시장 지분가치가 425억원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50% 이상 얹혀도 매각 예상금액이 640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JB금융지주(175330)도 지난 2015년 LIG투자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 인수에 실패한 후 꾸준히 증권사 인수를 타진하고 있어 SK증권 인수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SK그룹 측이 SI보다 PEF로의 인수를 선호한다는 점은 변수다. PEF가 인수할 경우 SK증권 브랜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그룹IB 거래에 유연성이 발휘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현재도 SK증권은 브랜드 사용료를 그룹에 지불하고 있다. PEF의 특성상 SK그룹이 후일 재인수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자금조달능력이 증명되고 그룹과의 신뢰가 확실한 PEF를 인수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SK라는 브랜드를 빼면 경쟁력이 줄어들어 PEF로서는 인수 매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미래에셋대우 정도의 브랜드를 가진 SI가 아니면 인수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신 SK증권 사장이 미래에셋 출신으로 박현주 사단이라는 점도 변수가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2015년 대우증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미래에셋 고위관계자는 “김신 사장이 2009년 미래에셋증권 경영서비스부문 대표 시절 대우증권 인수청사진을 만든 주인공”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