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 '모터스포츠 슈퍼볼'서 대역전극

인디애나폴리스500서
0.2011초 간발의 차로 우승
아시아출신 첫 챔피언 올라

일본인 드라이버 사토 다쿠마가 29일 인디500에서 우승한 뒤 ‘우유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우승자가 우유 한 통을 마시거나 끼얹는 것은 이 대회 전통이다. /인디애나폴리스=EPA연합뉴스


미국인들이 가장 열광하는 스포츠이벤트 중 하나인 인디애나폴리스500(인디500)에서 일본인이 우승했다.

주인공은 사토 다쿠마(40·안드레티 오토스포츠). 사토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인디애나주의 인디애나폴리스 모터스피드웨이에서 벌어진 인디500 레이스에서 3시간13분03초3584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일본인 최초이자 아시아 출신 최초의 챔피언에 등극하며 세계 모터스포츠에 새 역사를 썼다.


인디500은 2.5마일의 타원형 트랙을 200바퀴(약 804㎞)를 도는 레이스. 아주 단순한 방식이지만 이 때문에 언제 어디서 추월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포뮬러원(F1)과 다른 매력이다. 101회째를 맞은 이날 레이스에서도 막판 역전극이 펼쳐졌다. 평균 시속 260~270㎞로 달린 사토는 5바퀴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역대 3차례 우승자인 헬리우 카스트로네베스(브라질) 앞질렀다. 둘의 최종 격차는 불과 0.2011초였다.

인디500은 ‘북미의 포뮬러원(F1)’으로 불리는 인디카 시리즈의 대표 레이스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모터스포츠 단일 이벤트로 통한다. 경기장인 인디애나폴리스 모터스피드웨이는 바티칸시티보다도 큰 세계 최대 스타디움.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이벤트는 미국프로풋볼리그(NFL) 챔피언결정전 슈퍼볼로 알려져 있지만 인디500은 후원기업(300여개)과 관중(40만명)에서 슈퍼볼(80여개·7만명)을 압도한다. 경제효과가 4억달러 이상이라는 조사도 있어 ‘모터스포츠의 슈퍼볼’로도 불린다.

F1에서 지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뛰었지만 우승 없이 시상대(1~3위)에 한 차례 오른 게 전부였던 사토는 인디카 시리즈 124번째 레이스 만에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이전까지는 45차례 레이스에서 완주에도 실패했던 사토다. 30억원에 육박하는 상금을 받게 된 사토는 “마지막 순간까지 역전은 예상하지 못했다. 12살부터 꿈꿔온 장면이 현실이 됐다”며 감격해 했다. 대역전을 연출한 사토의 차량도 함께 주목받으면서 이 차량에 장착된 혼다 엔진 또한 재조명되고 있다. 사토의 또 다른 후원사인 파나소닉도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한편 인디카 시리즈에서 뛰는 한국인 드라이버는 아직 없다. ‘개척자’ 최해민(33)이 인디카 마이너리그 격인 인디라이츠에서 활동할 뿐이다. 모터스포츠 업계의 한 관계자는 29일 “지난해 한 외국 기업이 최해민에게 총 150억원의 지원을 약속했지만 후원계약 직후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계약이 깨졌다. 현재는 국내 기업을 알아보고 있는데 전망이 밝지는 않다”고 밝혔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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