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개봉을 앞둔 영화 ‘꿈의 제인’(감독 조현훈, 제작 영화사 서울집)으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올해의 여자 배우상을 수상하며 취재진의 관심을 받았다. 물론 그 전에 2013년 한국영화로는 처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단편 ‘세이프’의 주인공으로 화제를 모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배우 이민지/사진=조은정 기자
‘꿈의 제인’에서 이민지는 어렸을 때부터 버림 받아온 소현으로 등장한다.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려워 어떻게든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소녀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 무리에 섞이지 못한 채 튕겨 나오는 일상이 계속된다. 소현과 이민지 배우는 얼마나 닮아있을까? 이민지는 밝게 살아가고자 하는 평범한 30대 배우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혼자서도 노는 법을 터득한 아이”이다.
“사람들과 노는 것도 좋지만, 혼자 있든 같이 있든 외로움을 아는 나이가 된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또래 친구들이 취업을 하게 되는 시점인 20대 중후반부터 그렇게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게 됐어요.”
배우 생활을 하며 일반 회사원 친구들과는 다른 생활 서클을 갖게 된 이민지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렇게 혼자 있는 시간을 보다 발전적으로 보내고자 노력하다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크게 외롭지 않았다고 한다.
“저희 일이 일반 친구들이랑 시간 타임이 달라요. 출근하는 친구들은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돌아오는 일정인데, 저희는 주중 시간 동안 작품이 없을 땐 그저 기다리는 시간인거잖아요. 어찌보면 고용을 기다리는 시간이죠. 친구들은 주말에 시간이 되는데, 제 촬영은 주말에 잡혀있는 날이 많아요. 그렇게 친구들과 시간이 어긋나면서 홀로 있는 시간을 즐기게 됐어요.”
그렇다고 그가 직장인 생활을 전혀 꿈꿔보지 않은 건 아니다. ‘배우’를 업으로 살고 있지만 언젠가 그만두게 되면 취업 전선에도 뛰어들겠다는 각오다.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내가 만약에 평범하게 돌아간다고 해도 회사생활에 적응을 못할 것 같진 않아요. 20대 땐 아르바이트를 달고 지내면서 사회생활에 큰 무리 없이 살아왔어요. 뒤늦게 간다고 해도 잘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민지는 중학교 때 ‘TV동화 행복한 세상’이란 연극을 단체 관람한 뒤 배우의 꿈을 꾸었다고 한다. 이후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수원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게 된다.
“소풍 행사가 각 반별로 다른 일정으로 짜졌는데, 저희 반은 연극을 관람하게 됐어요. 마지막 커튼콜 때 배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모습이 되게 멋있어보였어요. 처음엔 나도 무대위에 올라가서 박수받고 하면 재미있겠다는 호기심이 더 컸어요. 그러다 극단 차이무에 관심이 생겨서 신입단원으로 지원한다는 메일을 보냈는데, ‘모집 계획이 없습니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그러다 우연히 매체 연기를 하게 되면서 연극 쪽 시선이 덜 가게 됐어요.”
대학로에 나가 연극 보기를 즐긴다는 이민지는 최근엔 연극 ‘유도소년’을 너무 즐겁게 봤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배우 이민지/사진=조은정 기자
“꿈의 제인에 함께 나왔던 박광섭 배우가 유도소년에 출연하게 돼, 그 연극을 보러갔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구요. 간만에 만난 연극이 너무 좋았어요. 출연 제안이요? 연극 쪽에선 전혀 콜이 안 왔어요. 마음은 하고 싶긴 한데, 연극 연기는 엄청난 대사 분량을 다 숙지한 뒤 무대 위에 올라야 하고,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는 연기이다 보니까, 생각보다 두려운 마음이 커요.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가도 쉽사리는 못할 것 같아요. 준비 과정이 정말 철저해야할 수 있는 곳이니까요. 그 때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왜 무대로 넘어왔냐?’란 말은 듣지 말아야죠. 정말 자신감이 생기면 도전해볼래요.”이민지는 독립 영화계 스타 배우로 알려졌다. 정작 본인은 “독립영화, 상업영화 구분을 잘 모르겠어요.”라며 “전 그냥 연기하는 사람이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어떤 배우는 상업영화만 나오고, 또 어떤 배우는 독립영화만 나온다는 구분이 무의미해요. 독립영화를 많이 했으니까 그런 수식어로 불러주는데, 배우라면 모든 영화를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야죠. 예전에는 탤런트랑 영화 배우를 나눠서 생각하는 것과 비슷 하달까. 요즘엔 경계가 아예 무너진 느낌이 들어요.
제 생각으로 2009년 ‘똥파리’(감독 양익준)이후 영화부터는 일반 관객분들도 독립 영화를 많이 찾아봐주세요. 2014년 ‘한공주’(감독 이수진)에서 정점을 찍지 않았을까요. 크게 보면 제작비 차이로 영화를 구분하기도 하는데, 배우 입장에선 연기의 폭을 넓힐 수 있어 독립영화를 선택하기도 해요. 상업 영화에 비해 배우들이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넓으니까요. 배우들도 자유로운 연출 콘셉트, 소재거리에 흥미가 있으니까 독립영화에 많이들 참여하고 있어요.“
이민지에게 인생의 해답을 깨닫게 한 독립 영화는 ‘우리들’ (감독 윤가은)이고, 인생의 희망을 느끼게 한 독립 영화는 ‘꿈의 제인’(감독 조현훈)이다.
“‘우리들’이란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초등학생도 안 들어간 어린 친구가 하는 ‘그럼 언제 놀아?’란 대사를 듣고는 ‘띵’ 머리 한 대를 맞은 느낌이었어요. 최고 작품 중의 하나죠. 저희 영화 ‘꿈의 제인’도 입소문을 탔으면 해요. 작은 영화는 입소문이 중요하거든요. 영화관을 수십개 이상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 찾아서 봐야 하는데, 한명이라도 더 보셨으면 합니다. ‘우리들’의 명대사 만큼 핵심을 찌르는 명대사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매력 넘치는 배우 구교환 오빠가 감정을 움직이는 제인의 말로 들려줘 여운을 남길 영화입니다. ”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