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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특이한 방식의 생식이 일어나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아빠의 유전자만 물려 받는 물고기를 발견했다고 29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는 척추 동물에서 동정 생식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발견된 첫 번째 사례다. 동정 생식은 난세포 속에 정자가 들어가서, 난자핵 없이 정자핵과 난세포질로부터 새로운 개체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스퀄리우스 알버노이드로 불리는 잉어과 물고기 인데, 이 물고기는 보통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 산다.
이번 논문은 영국 왕립 오픈사이언스에 실렸다.
노새와 같은 대부분의 교잡종은 불임이다. 왜냐하면,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염색체가 나누어 진 뒤 주고 받고 연결되는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정자나 난자가 생식하는데 꼭 필요한 과정이 생략된 것이다.
스퀄리우스 알버노이드 수컷은 분리되지 않는 정자 세포를 만들어서 이 같은 상황을 비켜나간다. 분리되지 않아 복수의 염색체 세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왜냐 하면 대부분의 동물들처럼, 이 물고기 역시 두 세트의 염색체를 갖고 있어야 생존할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동물의 생식세포는 하나의 염색체 세트를 갖고 있다. 생식을 위해 난자와 정자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 물고기는 정자가 복수의 염색체 세트를 갖고 있어서 자손에게 독자 생존에 필요한 유전 물질을 제공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동정 생식이 가능해진다. 논문의 저자인 리스본 대학의 대학원생인 미구엘 모르가도산토스 씨는 “보통 동정생식은 두 가지 방법으로 일어난다”면서 “정자가 세포핵이 없는 난자를 수정시키거나, 수정된 후에 난자의 핵 물질을 파괴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모르가도산토스 연구팀은 이 물고기의 짝짓기 패턴을 연구하는 중 우연하게 동정 생식을 발견했다. 연구진들은 인공 연못에, 이 물고기 암수를 섞여 놓았다. 그리고 이들이 자연스러운 생식을 통해 낳은 100마리의 새끼를 분석했다. 그런데 한 마리의 새끼에서 아빠 염색체만 갖고 있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모르가도산토스 씨는 “이 것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여서, 우리는 처음에는 실수를 저질렀을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100마리 중 한 마리면 동정생식이 낮은 비율로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동정생식을 통해 이 물고기는 번식하기 위해 다른 스퀄리우스 종에 의존하는 데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물고기의 엄마가 실수로 유전자를 갖지 않은 난자를 낳았을 가능성까지 배제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벤자민 올드로이드 시드니 대학의 유전학 교수는 “우연이든 아니든, 생식이 매우 특이하고 경이적인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