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사진)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는 대구 출신 4선 의원으로 지난해 5월 20대 총선에서 여당 텃밭인 대구에 야당(더불어민주당)의 깃발을 꽂은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지방분권 강화와 국가 균형발전을 가장 강력히 추진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김 후보자는 재야 운동권 출신으로 합리적 온건 진보파로 분류된다. 지난 1977년 유신 반대시위로 구속되고 1980년 ‘서울의 봄’에서 학생운동을 주도하다 실형을 살았다. 1988년 한겨레민주당 창당에 참여하면서 정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1991년 3당 합당에 반대한 ‘꼬마 민주당’에 입당했고 이어 1995년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주축이 된 국민통합추진회의에 참여했다.
1997년 통추가 해체될 때 한나라당에 합류했는데 2000년 경기도 군포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다시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했고 이후 17·18대 의원에 잇달아 당선됐다. 잘나가던 그는 지역주의 타파를 기치로 2012년 19대 총선 때 기존 지역구인 군포를 떠나 대구를 선택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아직 높았다. 총선과 2년 뒤 지방선거(대구시장)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이러한 우직한 행보로 ‘제2의 바보 노무현’으로도 불렸다.
결국 20대 총선에서 대구 민심을 얻었다. 대구에서 정통 야당 의원이 당선된 것은 1971년 이후 45년 만이었다. 특히 여권 대권주자였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꺾었다는 점에서 파란이었다. ‘적지’ 대구에서의 이 승리로 대권 잠룡으로 떠올랐지만 올 초 촛불 정국에서 주춤했다. 지지율이 부진하며 20대 대권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신 문재인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정권 교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경력들이 행자부 주요 업무인 국가 균형발전에 적합하다는 평가에 따라 장관에 낙점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제도화한 장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인선 배경을 묻는 질문에 “활동하고 있는 대구가 지방분권운동의 중심도시”라면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발 맞춰서 지방분권운동에 힘을 보탠 게 2년 정도 되는데 이런 부분을 (대통령이) 평가하신 듯하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당에서도 지역분권정당추진단장을 맡는 등 평소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힘을 실어왔다. 문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지방분권 강화와 국가 균형발전에 그만한 인물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방분권 강화를 통해 지역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는 균형발전으로 이뤄진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지방분권’은 순수한 행자부 업무와 충돌한다는 점에서 이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는 과제다. 김 후보자는 ‘지방분권 우선 추진’에 대해서는 “열심히 일해온 (행자부) 공직자들의 자부심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면서 “다만 국민의 명령은 수도권 독점을 나누라는 것이고 그 흐름에 맞춰 국민의 요구에 진지하게 답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자부 내에서는 일단 분위기가 좋다. 김 후보자처럼 중량감 있는 인물이 수장이 되면 향후 업무를 추진하는데 힘이 생긴다는 이유다. 행자부의 한 관계자는 “경험과 경륜이 많고 지방분권이나 균형발전 등 새 정부 국정과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행자부를 잘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수문·하정연기자 chsm@sedaily.com
◇약력
△1958년 경북 상주 △서울대 정치학과 △16·17·18·20대 국회의원 △열린우리당 원내수석부대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19대 문재인 대통령후보 공동중앙선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