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악녀’ 도전의식 불태운 여성 원톱영화...김옥빈이라서 가능하다

한국 액션 영화의 진일보를 일구어낸 매혹적인 액션영화가 탄생했다. 김옥빈이 아닌 숙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여성 원톱영화의 신세계가 열렸다.

<박쥐>, <시체가 돌아왔다>등의 작품에서 개성 넘치는 존재감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던 김옥빈은 <악녀>를 통해 비로소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영화 ‘악녀’(감독 정병길/제작 앞에 있다) 언론배급시사회가 3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렸다. 정병길 감독, 배우 김옥빈, 신하균, 성준, 김서형, 조은지가 참석했다.

감독 및 배우들이 3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악녀’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지수진 기자
실제 합기도, 태권도 유단자인 김옥빈이 분한 ‘숙희’는 살인병기로 길러져 정체를 숨기며 살아가는 최정예 킬러이다. 기존 한국 영화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여성 킬러 캐릭터로 김옥빈은 촬영 2개월 전부터 매일 같이 액션스쿨에 출석도장을 찍으며 피나는 수련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총 70회차 중 61회차의 촬영 동안, 90%에 육박하는 액션 신을 촬영하며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그녀는 주요 장면들을 대부분 대역 없이 스스로 소화해냈다.

장검, 단도부터 권총, 기관총, 저격총, 심지어 도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무기들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킬러 역할을 소화해내야 했기에 무기를 손에 익히고, 그에 따라 상대방과 합을 맞추는 기술까지 체득하기 위해 연습에 사활을 걸어야만 했다. 온 몸에 멍이 가시지 않았던 그는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차량 위에 직접 매달리고, 자신의 키만한 장검을 휘두르면서 날 선 액션을 몸소 선보였다.

김옥빈이 숙희고, 숙희가 김옥빈이었다. 살기 위해 액션을 하고, 살아남기 위해 액션을 했다. 그는 “숙희가 액션을 할 때마다 (가슴이)아팠다”며 ‘악녀’의 숙희가 좀 더 때려 부수고 정말 극한 ‘악녀’가 되길 바랐는데 막상 영화를 찍으면서 아픈 마음이 들어 일치가 안 돼 굉장히 힘들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김옥빈이 해석한 숙희는 가진 능력이 많아 이용당하는 인물이다.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받은 ‘악녀’는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가 그녀를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강렬한 액션 영화.

김옥빈은 칸에서의 반응도 전했다. “원래 예정된 인터뷰 일정이 많이 없었는데, 상영 후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BBC와 로이터 통신에서 인터뷰가 잡히기 시작했다.”고 전하며 “오토바이 시퀀스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김옥빈은 지난 2009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에 이어 두 번째로 칸 국제영화제에 입성해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박찬욱 감독에 대한 감사인사도 잊지 않았다. 김옥빈은 “정말 고생했다, 감동 받았다, 액션이 멋있다고 이야기해주셨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배우 김옥빈이 3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악녀’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배우 신하균이 3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악녀’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정병길 감독은 여성 원톱 영화 ‘악녀’를 만들기 위해 도전의식을 불태웠다고 한다. ‘어렸을 때 헐리우드 영화, 홍콩 영화 등을 보면 여자 원톱 액션 영화가 많았는데 왜 한국에선 이같은 영화가 부재할까’ 란 생각이 들었던 것.

반어법적 의미가 담긴 영화이다. 감독은 제목을 ‘악녀’로 지은 것에 대해 “반어법적 의미가 담겼다. 이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 슬픈 여자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실제론 착하고 소박한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칸에서도 감탄을 넘어선 호평을 이끌어 낸 장면은 ‘악녀’ 오프닝의 화려한 1인칭 액션 신이다. 정병길 감독은 여태껏 본적 없는 강렬한 액션을 탄생시키며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 특히 5일 동안 촬영된 오프닝 액션 시퀀스는 롱테이크로 진행되었기에 사전에 철두철미한 설계와 연습을 요하는 장면이었다고 한다.

마치 혼자서 수십 명의 적을 소탕하는 FPS슈팅게임의 한 장면처럼 연출한 오프닝 시퀀스에 대해, 정병길 감독은 “어렸을 때 슈팅게임 하는 것처럼 하면 재밌지 않을까 싶었다. 주력했던 건 칼이었다. 1인칭에서 3인칭으로 배우의 얼굴이 드러나는 시점을 어떻게 드러낼까 하다가 거울을 사용하고자 했다. 조직원들이 사용하는 헬스클럽에서 자연스럽게 빠지며 롱테이크로 가는 방법을 썼다”고 밝혔다.

영화 속에선 총과 칼은 물론 육중한 도끼를 거침없이 휘두르는 악녀 김옥빈을 만날 수 있다. ‘숙희’는 목숨 건 사투를 벌인다. 질주하는 오토바이 위에서 장검을 휘둘러 적을 제압하고, 달리는 자동차의 보닛을 도끼로 찍어 중심을 잡은 채 질주하는가 하면, 버스에 매달린 채 도끼를 휘둘러 창을 깨고 적들이 가득한 버스 안으로 침투한다.

감독은 “오토바이 칼싸움이 제일 마음에 든다. 아무도 시도 하지 않은 새로운 액션이라 고민이 많이 됐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든다“고 자평했다.

관객들에게 시원하고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액션 영화 <악녀>는 오는 6월 8일 개봉한다. 배우 김옥빈 신하균, 성준, 김서형, 조은지가 출연한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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