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31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한국은행이 중소기업에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위원은 31일 서울시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 오찬간담회 강연에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제약받는 상황이라면 신용정책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방법”이라며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나 고용에 적극적인 중소기업 등에 대한 자금지원 등 한은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은이 실무적으로 금융중개지원대출의 개편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위원은 최근 불어나는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이자 상환 부담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가계부채는 1,359조7,000억원(잠정)으로 1·4분기에 비해 17조1,000억원 늘었다. 고 위원은 “2014년 이후 금리 인하, 부동산 시장 활황, 규제 완화 등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됐다”며 “가계부채 안정 여부는 통화정책 방향 결정에 큰 고려 요인이고 개인적으로 작년 6월 금리 인하 때보다 가계부채를 더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이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개인적으로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이 발생하더라도 당장 자본유출 문제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올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이는 미국이 다음 달을 비롯해 올 하반기에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더라도 경기 부양과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을 고려해 한은이 금리를 곧바로 따라 올릴 상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통화정책과 관련해선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상황이 이어져 왔고 내수 회복세가 견고하다고 볼 수 없다”며 “앞으로도 완화적 기조를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늘고 기업 구조조정 등 구조개혁이 지연됐다는 비판에 동의한다”면서 “기업 구조조정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