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으로 정의용 안보실장은 지난 28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의 오찬 자리에서 ‘사드 4기가 추가로 들어왔다면서요’라고 물었으나 한 장관은 ‘그런 게 있었느냐’고 반문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졌다. “25일 보고서에서는 누락됐더라도 26일 안보실에는 보고했다”던 국방부의 해명도 거짓으로 판명 날 수 있는 사안이 공개된 셈이다.
한 장관은 이에 대해 “대화를 하다 보면 서로 관점이 차이 날 수 있고 뉘앙스도 차이가 있다”고 얼버무리며 여운을 남겼다.
국방부는 이번 사태에 할 말이 없게 생겼다. 31일 청와대 발표로 국방부의 모든 주장이 뒤집혔다. 국방부는 왜 보고를 누락했을까.
◇실수로 누락했다?=처음에는 단순한 업무 실수라는 해석이 나돌았지만 이날 청와대 발표로 쏙 들어갔다. 최초 작성 문서에는 포함돼 있었으나 수차례 강독과 정정, 가필 과정에서 누락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과정에서 빠졌을까. 최소한 4~5단계는 조사해야 알 수 있다. 보고서의 일반적인 결재 라인은 국방 정책실 실무자(공군 중령)-과장(공군 대령)-정책실 차장(육군 준장)-정책기획관(육군 소장)-국방정책실장(육군 중장)-차관-장관이다. 차장이나 차관이 보고 라인에서 빠져도 최소한 다섯 단계를 거치는 결재 과정에서 실수가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인사 불만설?=새로운 정부의 군 인사에 대한 군의 반발 때문이라는 설도 나왔다. 국가안보실장을 군 출신이 맡아야 한다고 타진했으나 민간 출신이 임명되고 현역 소장이 맡게 될 것으로 기대했던 국방개혁비서관 자리가 불투명해진데다 인사검증팀 파견직에 정규 사관학교 출신이 아닌 3사 출신이 보직되자 불만이 커지고 보고 누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이 과거와 달리 정부에 각을 세울 수 있는 시대도 아닌데다 설령 불만이 있더라도 정책실 라인이 이를 반영하는 곳은 아니어서 인사 불만설은 보고 누락과는 무관해 보인다.
◇비밀주의·미군 의존 체질 탓=보고 누락의 가장 큰 원인은 결국 ‘비밀주의’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복수의 국정기획위원에게 공개되는 보고서에 사드 관련 기밀을 포함시키기를 꺼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도 별첨 보고서는 올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월 말 언론이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을 보도했을 때도 국방부는 최초 2기 반입, 배치만 확인했을 뿐 나머지는 일체 보안에 부치는 비밀주의로 일관했다.
보고 누락에 대한 조사와 더불어 군 개혁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문민 출신 국방부 장관 임명과 장성 수 축소 및 병력 감축이 거론된다. 문제가 된 추가 반입분 사드 4기도 미군의 기지에 보관된 상태에서 성주골프장으로 배치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건너뛰었던 환경영향평가 등의 과정을 정상적으로 밟을 경우 약 1년이 필요하다. 한미 양국의 외교현안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크다./권홍우 선임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