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연구이사회 이사장
4차 산업혁명의 기하급수적 진화에 대해 ‘특이점대학(Singularity University)’의 살림 이스마일은 ‘대부분의 파괴적 변화는 이미 우리 앞에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초고속으로 변화하는 기하급수 사회에서 적자생존 전략의 핵심은 지식을 다루는 방법의 변화다. 산업혁명 전에는 과거의 지식들이 미래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지식을 보유한 노(老)학자는 존경의 대상이었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세상은 변화하기 시작했으나 과거의 지식을 가공하는 학문으로 미래 예측이 가능했고 학문을 연구하는 상아탑은 존중받았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으로 진입하면서 변화의 속도는 가속화해 18개월마다 인류의 지식은 2배로 증가하면서 EMC 발표에 따르면 오는 2020년에는 44ZB(제타바이트)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참고로 44ZB는 전 세계 해변에 있는 모래알 수의 60배에 해당하는 숫자이며 디스크로 만들어 쌓으면 달을 20번 왕복하게 된다.
지식의 양적 폭증은 질적 변화를 가져온다. 도로와 건물의 이름을 외워 찾아가는 방식에서 내비게이터 활용으로 진화한다. 지식 분류에서 지식 검색으로 진화하게 된다. 이제 지식 자체를 배우는 방식으로 급변하는 사회 변화에 적응하기는 불가능하다. 정답을 외우는 기존 교육의 수명이 종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기존의 지식은 네이버 혹은 구글 검색으로 1분 안에 찾을 수 있다. 구글 인공지능(AI) 질문의 20%가 이제는 음성으로 구성돼 있다. 앞으로 인간은 스마트폰 아바타만 있다면 즉각 말로 원하는 지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지식을 배우는 교육에 과연 대학까지 18년이라는 막대한 시간과 돈을 투입해야 하는가. 마치 내비게이터를 두고 아직도 시내 건물과 도로를 모두 외우는 교육을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제 교육의 목표는 지식(contents) 교육에서 학습능력(context) 교육으로 전환돼야 한다. 지식은 이제 인간이 다루기에는 너무나 방대해졌고 인간보다 지식을 더 잘 다룰 AI가 우리를 도와주고 있다. 과거 이집트의 서기가 평생 대접받은 계산 능력은 이제는 1,000원짜리 계산기보다 못하지 않은가. 이제 지식 자체에서 지식을 다루는 방법으로 교육 목표가 수정돼야 한다. 지식을 다루는 학습능력 교육의 구체적 목표는 ‘창조적 지식 창출’과 ‘편리한 지식 활용’이라는 두 가지로 구성된다.
창조적 지식 창출은 분명 인간의 영역이다. 초연결 사회에서 창조성은 더욱 쉽게 발현된다. 스티브 잡스의 말대로 ‘창조성은 연결’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스마트폰, 구글의 AI 서비스, 아마존의 웹서비스 등이 세상에 창조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창조성 발현의 첫 번째 요소는 다르게 생각하는(think different) 교육 훈련이다. 교육이 이제 정답 가르치기에서 다르게 질문하기로 변해야 하는 이유다. 두 번째 요소는 실패의 찬양이다. 실패를 응징하는 사회는 창조성의 무덤이다. 창조성은 실패를 통해 성공으로 가는 역량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요소는 기업가적 열정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하버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강조한 목적의식이 바로 혁신의 리더십인 기업가정신이다.
그러나 창조적 인간들은 대체로 괴짜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이 협력해야 뭔가 이룩된다. 창조성과 협력성을 융합하는 ‘협력하는 괴짜’들이 미래 인재상이다. 그리고 이들을 육성하는 교육은 사회문제를 팀으로 개방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개방형 팀 프로젝트 교육이다.
그런데 지식 창출의 목적은 다양한 활용에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식의 활용을 위한 인간과 AI의 소통이 대중 교육의 핵심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코딩 교육이 확산되고 있으나 코딩 자체에 너무 집착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 인간과 자연어로 소통하도록 AI가 급속히 발전하고 있기에 코딩보다는 다양한 AI 활용 교육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