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과반 의석을 확보한 현재보다 더 의석이 줄어든다는 것으로 메이 총리가 꺼낸 ‘조기 총선’ 카드 자체가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하고 무용지물이 된다는 뜻이다. 만일 이번 조사대로 영국이 연정 없이는 단독 내각 구성이 불가능한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현실화할 경우 보수당 강경파가 주도해왔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기조도 대폭 수정되는 등 유럽연합(EU)의 행보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정가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보수당과 노동당의 지지율 격차가 5%포인트까지 줄었다는 여론조사가 있었지만 이 경우 보수당의 의석수는 327석 내외로 과반 의석에는 무리가 없다고 평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고브는 선거구 기준으로 지지율을 산출해 전국 단위 정당 선호를 환산한 이전 조사들보다 신뢰도가 더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 여론조사 모델은 지난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나 홀로 탈퇴’를 예측하며 정확성이 입증된 바 있다.
이번 조사 결과대로라면 보수당은 의회 제1당을 유지할 수 있을지마저 불투명하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유고브의 조사에 대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가 다우닝가(총리 공관)에 들어가기 위해 다른 정당과 (연정)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50석 내외를 차지할 것으로 관측되는 스코틀랜드독립당(SNP)이 노동당과의 ‘진보동맹’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시나리오대로라면 노동당이 집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에서 집권 보수당은 현재 5∼14%포인트 차로 노동당에 앞서 있다. 하지만 유고브의 조사 결과가 빗나간다고 해도 보수당이 압승을 거두지 못할 경우 집권 행보에는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압승 불발은 브렉시트 전략에 국민적 합의를 이루고 재신임을 받겠다는 보수당의 국정 기조가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보수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메이 총리가 주도해온 ‘하드 브렉시트’ 기조는 크게 수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노동당 등 야당이 하드 브렉시트에 반대 기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영국의 협상력 역시 약화될 수밖에 없다.
메이 총리는 “코빈 노동당 당수는 브렉시트에 준비가 안 됐겠지만 나는 준비돼 있다”면서 최근의 지지율 하락세를 만회하기 위해 브렉시트로 선거 어젠다를 이동시키고 있다. 하지만 ‘치매세’ 논란 등 보수당의 복지 축소 공약에 대한 반발과 맨체스터 테러에 대한 ‘대응 실패’라는 악재가 여전해 한때 20%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지지율 격차가 다시 안정적인 수준까지 회복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스티븐 셰익스피어 유고브 대표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모든 선거구에서 표심이 흔들리는 현상을 볼 수 있다”면서 “막판 판세에 따라 극적 반전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