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일자리에 총 83조4,000억원(추가경정예산 제외)을 편성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9.1%로 전체 예산 증감률의 약 2배에 이르렀다. 정부는 추경을 통해서도 일자리 창출에 올인했다. 지난해 ‘구조조정·일자리 추경’이라는 제목의 추경 중 ‘일자리 창출, 민생안정’ 명목으로 1조9,000억원을 편성했다. 올 들어서도 일자리 예산 조기 집행을 단행했다. 구직급여 등을 빼고 조기 집행이 가능한 9조8,000억원 중 4월까지 4조1,000억원을 집행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3,000억원 초과 달성했다.
그러나 성적표는 초라했다. 2013년 청년(15~29세) 실업률은 8%였지만 올해 1~4월 평균 10.9%로 두자릿수로 뛰었다. 전체 실업자 수도 같은 기간 80만7,000명에서 116만9,000명으로 ‘실업자 100만명 시대’를 열었다. 4월 현재 전 연령층 실업률은 4.2%로 약 16년 만에 미국(4.1%)보다 악화했다. 일본은 2.8%(3월 현재)로 우리보다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수년간 83조원의 혈세를 투입하고도 고용시장이 꼬여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올해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최고점을 찍는 등 절대인구 자체가 늘어나는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재정을 통한 대증요법적인 정부 정책 탓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말처럼 표면적인 현상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킹 핀)를 건드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익명의 한 경제연구원 고위관계자는 “고용시장에서 청년들이 가고 싶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늘리려면 고부가가치 산업이 국내에 투자를 해야 하고 그러려면 규제개혁을 해야 하는데 일자리 창출 예산만 빠르게 늘어난 반면 규제완화 등의 결과는 미진했다”고 진단했다.
일자리 예산의 ‘구멍’이 많은 점도 문제다. 현재 정부의 고용보조금은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상당 부분 사업주에게 지급된다. 사업주가 이를 취업자에게 지급하는 식인데 착복해 결국 좀비기업의 연명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현재도 관련 제도 개선은 미흡한 상황이다.
고용장려금 지급 성격도 한국은 90.4%가 ‘기존 고용유지형’인 반면 ‘채용장려형’은 9.6%에 불과(2013년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하다. 고용장려금이 신규 채용을 늘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지 않고 좀비기업 연명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채용장려형에 81.8%를 집행하고 있다. 또 정부는 지난해 정부의 일자리 장려 사업만 196개에 달한다며 이를 적극 수술해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겨우 11개 줄여 185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재정을 통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려 실업난의 돌파구를 찾는다고 하는데 이는 공공부문 비대화로 연결돼 결국 민간 경제활동을 위축하는 ‘구축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국민부담도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