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바이오 벤처-<6> 스페클립스]"레이저 플라스마 분광 기술로 피부암 진단 패러다임 바꿀 것"

피부 훼손없이 조기진단
'스펙트라-스코프' 개발
2018년 유럽·호주 출시
"저렴한 가격·편리한 방식
높은 정확도로 시장 공략"

변성현 스페클립스 대표
미국에서는 연간 9,000명 이상의 환자가 악성흑색종(피부암)으로 목숨을 잃는다. 자외선 등에 따라 멜라닌 세포가 악성화된 후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피부암은 인구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흑색종 역시 조기 진단이 치료의 핵심이다. 조기 발견되면 90% 이상이 완치되지만 말기로 가면 생존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진다. 하지만 초기에 자각 증상이 없고 평범한 반점처럼 보여 조기 진단 자체가 무척 어렵다. 정확하게 검사하려면 직경 3~7㎜ 정도의 피부를 직접 떼어내는 생검(biopsy)을 실시해야 하는데 흉터가 남을 뿐 아니라 시간·비용도 많이 소요된다. 피부 훼손 없이 피부암을 조기 진단하는 장비도 일부 출시되기는 했지만 진단 정확도가 60% 수준에 그쳐 잘 활용되지 않는다.

지난 2015년 11월 설립된 ‘스페클립스’가 글로벌 피부암 조기 진단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나섰다. 이 회사는 고출력의 펄스로 된 레이저를 발사해 실시간으로 대상물질을 분석하는 ‘레이저 유도 플라스마 분광기술’을 갖고 있다.

변성현(사진) 스페클립스 대표는 “레이저 분광기술을 이용해 인체로부터 양질의 생체·화학 데이터를 추출, 딥러닝 기술로 분석해 피부암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라며 “국내 100여명을 대상으로 임상한 결과 피부 훼손이 전혀 없는 실시간 분석 기술임에도 진단 일치율이 조직검사(95%)와 비슷한 92%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스페클립스가 개발 중인 피부암 진단기기 ‘스펙트라-스코프’는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변 대표는 “레이저 기술을 활용한 피부암 조기 진단 장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확도도 높지 않았던데다 대당 가격이 10만달러(약 1억1,200만원) 이상으로 비쌌다”며 “‘스펙트라-스코프’는 피부과병원 대부분이 보유한 기존 레이저 기기에 부착하는 ‘애드온(Add-on)’ 형태로 개발돼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 내 조직검사 비용이 회당 1,000달러 정도로 비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품의 가격 경쟁력에 대해 병원·환자 모두가 환영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제품이 유럽·호주 등에 출시되는 시기는 2018년 하반기께로 전망된다. 호주에서 글로벌 임상에 필요한 준비를 완료해 곧 임상시험에 착수할 방침이며 6월부터는 유럽 CE 인증을 받기 위한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은 유럽과 호주에서 제품을 출시한 후 경험을 쌓아 진출할 방침이다.

변 대표는 “기존에는 없던 장비라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기까지 여러 도움이 필요하고 시간도 걸릴 것 같다”면서도 “이미 보스턴 대학병원 피부과나 세계 3대 미용기기 전문회사, 글로벌 의료기기 제조기업들의 관심이 높아 여러 형태로 협업을 하고 있으며 이들과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기만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첫 제품 ‘스펙트라-스코프’가 영미권 환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현재 스페클립스 사업은 대부분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변 대표는 첫 제품을 성공시킨 후 한국 및 아시아권 인구를 아우르는 피부 진단기기도 개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최근 인공지능 분석기술이 주목받고 있지만 분석의 바탕이 되는 것은 의미 있는 양질의 데이터”라며 “레이저 분광기술은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고도 좋은 생체정보를 대량으로 추출할 수 있는 최적의 기술로 앞으로도 이를 활용한 다양한 진단·검사기기들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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