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새 수목드라마 ‘7일의 왕비’(극본 최진영, 연출 이정섭, 제작 몬스터 유니온)가 31일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성균관 스캔들’, ‘구르미 그린 달빛’ 등으로 로맨스 사극의 명가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KBS가 이번에는 단경왕후의 가슴 절절한 이야기로 여운 가득한 새 사극 장르를 구축하려 한다.
/사진=KBS2 ‘7일의 왕비’ 방송 캡처
/사진=KBS2 ‘7일의 왕비’ 방송 캡처
‘7일의 왕비’는 단 7일, 조선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 동안 왕비의 자리에 앉았다 폐비 된 비운의 여인 단경왕후 신씨를 둘러싼, 중종과 연산군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로맨스 사극이다. 지금껏 역사가 주목하지 않았던 단경왕후의 삶과 사랑을 그린다.
이날 이야기의 서막은 훗날 신채경(박민영 분)이 비극적인 상황에 처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채경은 부모를 처참하게 잃고 사형 당하기 직전의 상태였다. 채경은 소복을 입고 형장으로 향하면서 부모를 목 놓아 불렀다. 형장에 서기 전, 부모를 잃은 채경은 이역(연우진 분)을 이역의 등 뒤에 칼을 꽂으려 했다. 하지만 채경은 칼을 내리며 이역에게 “당신을 죽였어야 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신채경은 “다시 태어나면 절대 다시 만나지 않겠습니다. 전하”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사형을 당하게 되면서 7년 전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융은 어린 이역(백승환 분)의 혼인을 준비하려 했다. 그 상대는 신수근(장현성 분)의 딸 신채경이었다. 신수근은 왕실과의 혼인을 막기 위해 채경을 유모에게 맡겼지만, 채경(박시은 분)은 남장까지 하고는 한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양에 도착한 채경은 떨어진 책을 줍던 이융과 머리가 부딪히면서 첫 만남을 알렸다. 채경은 “사람을 다치게 했으면 사과를 하라”고 성질을 냈지만, 이역은 책을 낚아채고선 도망쳤다. 이후 채경은 이역과 친구들이 ‘좋은 구경’이라며 냇가에 몸 담그는 여인들을 훔쳐보는 것을 발견, 소리를 쳐 정체가 발각되게 만들었다.
악연을 맺은 채경과 이역은 저잣거리에서 또 한 번 마주쳤다. 말싸움을 하다 채경은 “난 임금님 조카다”, 이역은 “난 임금님 동생이다”라고 서로 언성을 높였고, 채경은 “난 조선의 왕비다”라고 소리쳤다. 남장을 한 채경의 ‘왕비’라는 말에 이역은 황당해했다. 두 사람이 실랑이 할 때 한 무리가 채경의 돈과 귀중품을 소매치기했고, 뒤늦게 이를 눈치 챈 채경은 이역의 짓이라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사진=KBS2 ‘7일의 왕비’ 방송 캡처
과거 부친인 선종은 숨을 거두기 전에 이융에게 “진성대군에게 왕위를 물려줘라. 그 아이가 왕이 되어야 하느니라. 너는 조선을 망가뜨릴 것이다”라는 야속한 말을 남겼다. 폐비의 아들인 이융은 어린 시절부터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이역을 향해 악에 받친 채 살았다. 그리고 이는 곧 폭군 이융을 낳았다.
이융은 이역과 놀고 있는 친구들을 발견하고는 자신과 이역의 집에 불이 나면 누굴 누할 것인지 물었다. 친구들이 이역을 먼저 구할 것이라고 대답하자 화가 치밀어 오른 이융은 이역에게 “말을 타고 과인보다 먼저 궁에 도착하지 못하면 목을 칠 것이다”라며 경주를 제안했다. 먼저 달리던 이역은 지나가던 채경이 그를 소매치기범으로 오해해 잡으려한 바람에 뒤처지고 말았다.
궁에 먼저 도착한 이융은 이역을 향해 칼을 꺼내 들었지만 이 때 이융의 뇌리에 과거 두 사람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고, 자순대비(도지원 분)가 소리를 침으로써 이성을 차리고 칼을 내렸다. 밤이 되자 이역은 이융의 침소를 찾아 오해를 풀고 싶다며 직접 비파연주를 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제가 살아있다는 것 자체로 형님께서 저를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역이 찾아오기 직전, 이융은 이역에 대한 고민으로 답답한 마음에 홀로 궁을 뛰쳐나와 산 속을 찾았다. 이융이 궁을 나설 때 채경은 앞서 이역이 몰던 백마를 알아보고는 그가 이역인 줄 알고 자신의 돈을 돌려받기 위해 따라갔다. 하지만 끝내 산 속에서 마주친 인물은 이융이었다.
/사진=KBS2 ‘7일의 왕비’ 방송 캡처
폭군의 역사에 짓눌린 사랑 이야기를 폐비 입장에서 그린 드라마 ‘7일의 왕비’는 첫 장면부터 채경의 비극적 결말을 먼저 보여줌으로써 과감한 선택을 했다. 이야기의 끝을 알리지만, 채경, 이역, 이융의 극적인 슬픔이 한층 크게 와 닿는 시도를 했다.
어린 시절의 만남부터 사연을 그려나가면서 현재는 어린 채경과 이역의 좌충우돌 만남, 해맑던 시절을 소개하고 있다. 남장을 한 채경은 구수하고 실감나는 경상도 사투리로 유쾌하고 당돌한 매력을 드러냈다. 그와 얽히는 이역도 함께 목소리를 높이며 아웅다웅 케미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폭군으로 치닫는 이융과 그에 시달리는 이역 사이의 살벌한 기운이 앞으로의 순탄치 않은 앞날을 예고했다.
박민영X연우진X이동건의 훗날은 어떻게 그려질까. 현재로썬 박시은X백승환의 밝은 톤, 백승환X이동건의 어두운 톤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서사를 탄탄하게 형성하고 있다. 연출, 대본, 배우들의 연기까지 삼박자가 모두 잘 들어맞는 분위기다. 그렇기에 앞으로 그려나갈 애틋하고 치명적인 멜로와 안방극장에 전할 여운이 기대된다.
한편 ‘7일의 왕비’는 매주 수, 목 밤 10시 방송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