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국제협약인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한국에 사무국을 둔 녹색기후기금(GCF)에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GCF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초기 분담금인 30억달러를 내기로 한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GCF가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 대응사업과 앞으로 추진하게 될 각종 사업들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출범한 GCF 회원국은 197개로 이 가운데 초기 분담금을 약속한 공여국은 43개국(협정체결국 40개)이다. 회원국들은 2014년 GCF 회의에서 초기 분담금으로 43개국이 총 103억달러를 모으기로 했는데 미국은 가장 많은 30억달러를 내기로 했다. 그 다음은 일본 15억달러, 영국 12억1,000만달러, 프랑스 10억4,000만달러, 독일 10억달러, 한국 1억달러 등이다. GCF는 회원국들이 낸 분담금으로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지원 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다. 회원국들이 3월 현재 낸 분담금은 46억달러 수준으로 미국은 이 가운데 10억달러를 부담했다. GCF 회원국은 파리협정 회원국들로 구성돼 있는데 회원에서 탈퇴하면 자연스럽게 GCF에서의 역할도 사라진다. 미국이 예상대로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게 되면 나머지 분담금을 다른 회원국들이 추가 분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GCF 출범 이후 초기 분담금 문제를 놓고 회원국들 사이에 진통이 따랐던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추가 분담금 문제를 놓고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이 분담금을 내지 않는다고 GCF가 문을 닫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회원국들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향후 이사회 논의 등을 통해 추가 분담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GCF는 연간 세 차례 이사회를 여는데 올해는 7월과 12월 두 번 남아 있다. 만일 미국이 파리협정 회원국에서 이탈한다면 회원국들은 오는 7월 이사회에서 추가 분담금 문제를 안건에 올려 논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GCF는 3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16차 이사회에서 솔로몬제도 수력발전사업 등 8개 사업에 지원을 승인하는 올해 업무계획을 확정했다. GCF가 7억6,000만달러를 지원하는 등 총 규모는 27억6,000만달러 규모다. 이에 따라 GCF가 지원하게 되는 사업은 총 43건에 규모는 22억4,000만달러로 늘었다. 하지만 미국의 탈퇴 등으로 회원국들의 출연금이 줄어들면 사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