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악녀’
‘걸크러쉬’ 여성 캐릭터들이 극장가를 점령했다. 반면 남성 배우들의 경우 40대 이상의 잘 관리된 ‘꽃중년’ 배우들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요즘 관객들은 남성 못지않은 강한 여성 캐릭터에 눈길을 주고 있다. 여성 히어로의 탄생편인 ‘원더우먼’과 세상에서 가장 악한 여자의 탄생편인 ‘악녀’ 등이 바로 그것. 특히 이번 작품들은 여성 히어로와 악녀 ‘비긴즈’에 해당해 다음 시리즈뿐만 아니라 더욱 여배우들의 액션과 더욱 강해진 여성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원더우먼’은 1941년 만화 시리즈를 통해 탄생해 1970년대 린다 카터 주연의 TV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원더우먼’이 실사영화로 만들어졌다. 원더우먼(갤 가돗 분)은 신들의 가호를 받는 아마존 종족이 세운 여성왕국 데미스키라의 공주 다이애나다. 전사의 운명을 받고 태어난 다이애나는 어릴 시절부터 무예를 익히며 성장하며, 헤라클레스의 힘과 헤르메스의 빠르기를 갖춘 천하무적 원더우먼이 된다. 또 그녀는 아프로디테의 아름다움과 아테나의 지혜마저 겸비해 남성성과 여성성을 모두 겸비했다. 다이애나는 제우스가 보살피는 낙원에서 공주로 태어나 성장한 덕에 히어로에게 상징처럼 따라다니는 상처 입은 과거나 복수심도 없다. 인간에게 선악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선이 악을, 평화가 전쟁을 물리칠 수 있도록 돕는다.
‘악녀’는 어린 시절부터 살인병기로 길러진 조선족 숙희에 관한 작품이다. 한국영화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여성 ‘원톱’ 액션물로, ‘그래 봤자 여성 액션’이라는 편견을 완전히 깨버리는 주연 김옥빈의 액션 연기는 완벽에 가깝다. 배우의 몸에 카메라를 부착해 1인칭 시점으로 생동감 있게 펼쳐지는 액션 장면과 배우 김옥빈이 총과 단검, 도끼 등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남성들을 떨구는 장면 등이 특히 시선을 끌며, 김옥빈에게서는 보다 진화한 ‘킬빌’의 우마 서먼, ‘니키타‘의 안느 파릴로드가 오버랩된다. 여기에 숙희가 자신을 둘러싼 음모와 배신에 좌절하는 대신 이 모든 것을 딛고 마치 알을 깨고 나오도록 돕는 드라마적 요소도 가슴 뻐근한 감동을 만들어 낸다.
‘캐리비안의 해적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겟아웃’
이외에도 ‘캐리비안의 해적’에서는 여성천문학자 카리나 스미스(카야 스코델라리오 분)이 등장해 진취적인 여성을 표현하며, 공포 영화 ‘겟 아웃’에서는 더없이 사랑스럽고 다정다감하지만 흑인 남자친구만 사귀는 듯한 미스터리한 여자친구 로지 아미티지(앨리슨 윌리암스) 등도 이전에는 보기 어려운 캐릭터들을 표현해냈다.반면 남성 캐릭터들은 나이 들어도 젊음을 유지하는 ‘꽃중년’들이 대세다. 우선 ‘캐리비안의 해적 : 죽은 자는 말이 없다’의 주연은 1963년생 조니뎁으로 올해 54세다. 그는 2003년 첫선을 보인 이 시리즈에 5번째 출연 중이다. 해적 캡틴 잭 스패로우 역의 그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진한 눈화장에 땋아 내린 수염, 그리고 취한 듯한 걸음과 눈빛이 여전히 섹시하다.
‘캐리비안의 해적 : 죽은 자는 말이 없다’의 조니 뎁
조니 뎁보다 한 살이 어린 대표적인 ‘꽃중년’ 톰 크루즈도 오는 6일 ‘미이라’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1981년 데뷔한 이래 ‘탑건’, ‘파 앤드 어웨이’ 등에 잇달아 출연하면서 할리우드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 배우라는 자리에서 한 번도 내려온 적이 없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 수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미이라 아마네트(소피아 부텔라 분)를 깨운 닉을 연기한다. 닉은 의문의 추락 사고로 숨진 뒤 부활해 전 세계를 파괴하려는 아마네트에 맞서 사투를 벌인다. ‘대립군’의 이정재
‘미이라’의 톰 크루즈
국내 배우로는 이정재가 ‘대립군’으로 이 ‘꽃중년’ 배우 대열에 올랐다. 이 작품은 생계를 위해 돈을 받고 군역을 대신했던 조선시대 대립군(代立軍)의 이야기를 담았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규합하러 나선 광해와 천민들로 구성된 대립군이 험난한 여정을 함께하면서 왜군을 물리치고 나약했던 광해가 진정한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그는 이 작품에서 듬직하고 충성스러운 대립군 수장 토우 역을 맡았으며, 40대 중반이라고는 믿기 힘든 근육질 몸매가 특히 눈길을 끈다. 그는 1993년 SBS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한 이후 ‘모래시계’(SBS), 영화 ‘젊은 남자’, ‘불새’, ‘정사’, ‘시월애’, ‘하녀’, ‘신세계, ’관상‘ 등 수 많은 작품을 거치면서도 세련되고 섹시한 이미지를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성숙하고 카리스마있는 연기로 매 작품마다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있다./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