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오른쪽) 국무총리가 1일 국회를 찾아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허리를 깊숙이 숙여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취임 다음날인 1일 국회를 찾았으나 이 총리의 인준 과정에서 각 당의 입장이 엇갈린 만큼 이날 예방에서도 당마다 각기 다른 반응이 나왔다. 이 총리는 국회 표결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국민의당을 가장 먼저 찾은 반면 자유한국당과는 만남 자체가 성사되지 않았다.
이 총리는 이날 원내 정당 중 국민의당을 가장 먼저 찾았다. 국민의당의 찬성표로 전날 총리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의 ‘3당 공조’가 정국 운영의 핵심으로 떠오른 상황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총리는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문재인 정부가 조기 안착하는 과정에서 국민의당이 큰 경륜을 가지고 물꼬를 터주신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린다”며 “박 위원장의 통 큰 결단이 있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크게 늦지 않게 출범하고 부족한 저도 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박 위원장이 “각 대선후보 공약에서 추린 44개의 공통과제가 6월 국회에서 조속히 진행돼 국민이 협치의 산물을 고맙게 느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하자 이 총리도 “말씀 주신 각 당의 공통과제를 우선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이 총리의 만남은 불발됐다. 충북 단양에서 1박2일간 열리는 한국당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찬회 때문에 일정이 맞지 않았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국당의 거센 반발에도 전날 임명동의안 표결이 강행되자 한국당이 ‘강공 모드’로 전환해 협치의 험난함을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연찬회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리가 오전에 당을 방문하겠다는 요청이 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만나기가 대단히 불편하다는 말씀을 드렸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협치가 실종된 상황에서 전혀 진정성이 없는 사진 찍기용 회동에는 동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한국당과 만남이 불발된 데 대해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늘 반응하는 게 꼭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좀 보십시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 총리를 향해 “예전 총리처럼 대통령의 심기를 살펴가며 일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이 총리는 “국회에서 한결같이 요구하는 책임총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여당인 민주당을 찾은 이 총리는 긴밀한 당정관계를 약속했다. 추미애 대표가 “‘민주당 정부’인 만큼 정책에 있어 당이 제대로 뒷받침해 국회에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자 이 총리는 “정부와 여당이 물샐틈없이 협조하도록 노력하겠다. 민주당을 믿고 따르겠다”고 답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