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동·기업 구조개혁 가속화하라는 IMD의 주문

우리나라가 글로벌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올해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노사관계는 평가 대상국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2017년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63개국 중 29위에 머물렀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31위)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4개 평가항목 가운데 제일 성과가 미흡했던 영역은 기업효율성(44위)이다. 특히 노사관계(62위)와 회계감사의 적절성(63위)은 꼴찌였다. 규제로 인한 경영활동 저해 정도는 57위였고 기업 생산성도 35위에 머물렀다. IMD가 노동·기업 부문의 구조개혁을 가속화할 것을 주문한 배경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는 노동구조 개혁보다 노동자 표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들만 난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후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1일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을 과다하게 고용하는 민간기업에 부담금을 매기겠다고까지 했다. 한마디로 민간기업의 팔을 비틀어 공약사항인 정규직 전환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기업을 계속 압박하면 기업들은 마지못해 정규직화에 응할지 모르지만 나중에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인력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결국 엉뚱한 정책의 피해가 청년 구직자들에게 가게 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노동시장 유연화 차원에서 파견근로자보호법을 비롯한 노동개혁 입법을 이야기하는 정부 관계자는 아무도 없다. 기업을 압박만 하고 노동개혁을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일자리 창출의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가속화하라는 IMD의 조언을 새겨들어야 하는 이유다. 새 정부가 진정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 주도 성장을 이뤄내려면 노조 편향적인 정책만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유연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작업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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