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서 중소기업들이 제일 많이 찾는 대표적인 곳이 중진공이다. 그런데 중소기업들은 중기청과 중진공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 정부라는 한 덩어리로 인식한다. 정부의 사업이 실제로 집행되는 창구가 중진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처의 정책이 목적대로 집행되려면 산하기관이 부처의 기능과 정책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구성돼야 한다. 행정학에서 말하는 지휘와 통제(command&control)는 정부기관이 제대로 움직이게 하는 시스템이다.
지휘와 통제가 기능에 맞게 이뤄지지 않으면 예산 낭비와 정책 소비자의 원성을 초래한다. 예를 하나 보자. 중진공은 지난 1998년 중소기업 수출인큐베이터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흐른 2008년, 지금의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신인 지식경제부는 ‘중기 해외 마케팅 지원기관 일원화 조치’로 해외는 KOTRA, 국내는 중진공에 맡겼다. 그러다 2013년 중진공이 다시 이 사업을 집행하게 됐다.
의문이 생긴다. 왜 같은 사업이 KOTRA에서 온전히 진행되지 않았을까. 일부 수출 중소기업은 말한다. “KOTRA의 일하는 방식이 중소기업에 잘 맞지 않는다.” “중소기업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마도 KOTRA가 열심히 중소기업들을 도우려 해도 중소기업에 대한 미세한 시각차 이런 틈새가 벌어졌을 것이다. 그러면 수출 지원에 열심인 KOTRA가 주 고객인 중소기업들로부터 때때로 박한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지휘와 통제의 문제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기청만큼 중소기업을 알지 못하고 중소기업에 주력을 집중하지 않는다. 그러니 산업통상자원부의 지휘와 통제를 받는 산하기관인 KOTRA 또한 중소기업과의 얼마간 괴리가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새로 중소벤처기업부가 만들어지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창업, 벤처, 중소·중견기업에 관련된 정책들을 한 곳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KOTRA처럼 중소벤처기업이 주 고객인 정부 부처의 산하기관은 중소벤처기업부로 옮겨와야 업무에 괴리도 없고 억울하게 박한 평가를 받을 일도 없다. 얼른 생각해도 생산기술연구원·기술신용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한국무역보험공사 모두 중소기업이 주 고객이다. 중소벤처기업부로의 다른 부처 산하기관의 이전에 대해 ‘몸집 불리기’라거나 ‘조직의 탐욕’이라는 비판은 일의 본질과 합목적이 무엇인지 모르는 엇나가는 말들이다. 새로이 탄생하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그 산하기관들과 더불어 제대로 정책집행을 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