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호의 유럽축구 엿보기] <9>빅이어와 발롱도르

불혹의 부폰, 빅이어·발롱도르 모두 품나
유벤투스 vs 레알마드리드
4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부폰 선방쇼로 우승 첫 경험 땐
'54년만의 골키퍼 발롱도르' 유력
5번째 발롱도르 노리는 호날두
4번 만나 5골 부폰에 강해 자신감

호날두와 부폰. /AFP연합뉴스
유벤투스와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알리는 배너가 2일 카디프성에 걸려 있다. 우승팀은 상금과 각종 수당, 방송 중계권료, 입장권 판매 수익 등으로 1,000억원 안팎의 돈방석에 앉는다. /카디프=EPA연합뉴스


호나우두, 로베르토 바조, 데니스 베르캄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축구역사에 한 획을 그었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빅이어)는 끝내 품지 못한 슈퍼스타들이다. 이 목록에는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유벤투스)의 이름도 있다.

4일 오전3시45분(한국시각)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릴 유벤투스와 레알 마드리드의 챔스 결승을 앞두고 부폰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못지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 부폰은 지난 1995년 프로 데뷔 후 이탈리아 세리에A와 월드컵 우승, UEFA 올해의 선수상 등 챔스 우승만 빼고 거의 모든 영예를 누렸다. 우리 나이로 마흔인 부폰에게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남다른 간절함이 있다.


올 시즌 세리에A 우승과 이탈리아컵 제패를 경험한 부폰은 유벤투스에 창단 첫 트레블(주요대회 3관왕)을 안기는 일만 남았다. 챔스 통산 47경기 무실점 기록을 등에 업고 골문을 지킨다. 올 시즌 챔스 기록은 990분 3실점이다. 그러나 골문 앞에는 챔스 통산 103골의 호날두가 있다. 둘 중 빅이어를 들어 올리는 쪽이 발롱도르마저 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발롱도르는 1년간 가장 빛난 선수에게 주어지는 축구선수 최고의 영예. 호날두는 2016년 수상을 포함해 네 차례나 경험했지만 부폰은 아직 받아보지 못했다. 선방쇼를 펼쳐도 잘 드러나지 않는 골키퍼 포지션은 아무래도 공격수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 부폰이 2006년 발롱도르 2위에 올랐던 기록이 돋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골키퍼의 발롱도르 수상은 역사상 딱 한 번 있었다. 명수문장의 대명사가 된 레프 야신(러시아)이 1963년 수상한 후로는 아무도 이루지 못했다. 부폰의 오랜 라이벌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는 “야신의 수상 얘기를 들으면 인류의 달 착륙이 떠오를 정도로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며 골키퍼 수상자가 나올 때가 됐다는 뜻을 내비쳤다. 발롱도르 수상자는 전 세계 축구기자들의 투표를 통해 올겨울 발표된다.

부폰은 최근 “축구는 우리의 삶처럼 정말 뜻밖의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렇지만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는 결국 정당한 보상이 주어질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2003년 AC밀란과의 챔스 결승 승부차기에서 부폰은 두 차례나 선방했지만 유벤투스는 준우승에 그쳤다. 2015년에도 부폰의 ‘미친’ 선방은 계속됐지만 결국 바르셀로나에 우승을 내줬다. 부폰이 한풀이에 성공한다면 이미 챔스 우승만 세 번인 호날두보다는 부폰에게 발롱도르 표를 던지는 기자들이 많을 것이다.

호날두의 부폰 상대 성적은 둘의 빅이어-발롱도르 쟁탈전을 더욱 흥미롭게 한다. 호날두는 그동안 챔스에서 부폰을 네 차례 만나 5골(페널티킥 1골 포함)을 터뜨렸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부폰 상대 3경기 무득점에 그쳤다는 기록은 호날두의 자신감을 더욱 북돋운다.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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