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4분기 국민소득에 따르면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4% 성장했다. 지난해 4·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0.2%)에 비해서는 나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2·4분기(0.8%), 3·4분기(0.6%)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1·4분기 가계소비지출은 전체 기업을 포함한 전체 민간소비(0.4%)를 웃도는 0.5%를 기록했다. 지난해 4·4분기 증가율이 0.2%였던 점을 감안하면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1·4분기 가계소비 가운데 국내 소비는 -0.3%로 되레 줄었다. 가계가 지난해 4·4분기보다 소비를 늘리기는 했는데 국내에서는 덜 쓴 것이다. 가계의 국내 소비가 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5년 5월 전염병인 메르스가 전국적으로 유행하며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했던 2015년 2·4분기(-0.6%) 이후 처음이다. 내수는 여전히 겨울이라 가계가 지갑을 열지 않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가계들은 소비에 이어 저축까지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1·4분기 처분가능소득에서 최종 소비지출을 뺀 총저축률은 36.9%로 1998년(37.2%) 이후 74분기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수출 증가로 1·4분기 기업이익이 늘면서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전기에 비해 2.7% 증가한 영향이 컸다. 예금과 적금 등 저축성 예금 증가율도 1.8%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9월 이후 9년6개월 만에 최악이다. 한은 관계자는 “1·4분기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이라 가계들의 소비가 다소 움츠러들었던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